리뷰

owlppami
2026.01.08
윤태호의 날카로운 현실감각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신안 앞바다에 가라앉은 보물선이란 실제 사건을 소재로, 골동품 그릇을 캐내려는 도굴꾼들의 끝없는 욕심과 암투를 그린 범죄 드라마입니다. 돈 앞에 피도 눈물도 없는 나쁜 놈들만 가득한 데다 오늘은 적이었다가 내일은 아군이 되기도 하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의 재미와 1970년대 낭만의 시대...라고도 하지만 야만의 시대이기도 했던 당시의 분위기와 맞물려 포차에서 술 거나하게 취한 아재가 소주잔 기울이며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듯한 솔깃해지는 파란만장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창작물이지만 왠지 그랬을 것 같은 이야기의 매력입니다. 태어나기도 전인 70년대이기 때문에 고증이 얼마만큼 잘 되어있는지 모르지만 굉장히 옛날 분위기가 나는 소품들로 이루어낸 영상미, 그렇다고 마냥 촌스러운 것도 아닌 적당히 균형 잡힌 색감과 질감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에 더해지는 음악 감독 윤일상의 음악도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도 그랬듯이 추억 속의 모습을 재현하는 기술이 꽤 좋은 편이라 그 시절을 겪어온 세대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지역 사투리가 잘 살아있는 대사, 말맛이 좋은 작품입니다. 사투리가 심하면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서울 촌놈의 귀에도 팍팍 꽂힙니다. 구수하기도 하고 능구렁이 같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한 다양한 뉘앙스, 표준어에서는 느끼기 힘든 방언의 매력이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대사가 잘 들리는 음향이 좋기도 하고, 일단 제주 사투리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자막을 켤 필요가 없었습니다. 등장인물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편인데 앞서 언급했듯 사투리 연기가 탁월한 배우들로 "대사가 착착 감긴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훌륭함입니다. 그 와중에 시커먼 사내놈들 가득한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 사이에서 그 시절의 새침한 서울 말씨를 구사하는 회장 싸모님 '양정숙'역 임수정의 연기가 단연 돋보입니다. 이젠 엄연한 중견 연기자로서의 모습으로, 아직도 [장화, 홍련]이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모습으로만 기억한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목포 양아치로 등장한 '윤호'도 꽤 인상적인 연기였는데, 아무래도 흑역사로 남아있는 것들 때문에 더 돋보일 수 있겠지만 아무튼 훌륭했습니다. 강풀이 판타지를 잘 다루는 이야기꾼이라면, 윤태호는 역시 날카로운 현실감각이 돋보이는 이야기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둘 다 결말이 좀 약한 편인 것이 아쉽지만 말이죠. 영상화되면서 다듬어진 모습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아쉽습니다. 시즌 2가 나오긴 어려워 보이는데 차라리 원래 감각으로 싸하게 끝내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결말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국식 누아르의 참맛이었고, 디즈니+를 구독한다면 꼭 봐야 할 리스트에 당연히 이름을 올릴만한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