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샤일록
2026.01.24
말 잃은 비가(悲歌) 곁을 맴도는 시대의 소음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실제 일상의 풍경과 대화를 찍은 영상을 그대로 가져다 쓴 듯한 도입부는 당황스러웠다. 가상 배경이 적용된 줌 화상회의 장면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글씨가 잘 보이도록 별도의 비율 조정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삽입한 부분 역시 극장 스크린에서 보기에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빠진 주인공이 아내의 혼령을 감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감정적으로 점점 깊이 몰입하게 되었다. 목소리를 잃은 주인공이 아내의 혼령과 대화하기 위해 시도하는 몽골의 전통 창법 '흐미'가 지닌 원초적인 울림도 구슬펐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TTS 음성이 이토록 절절하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감정이 배제된 기계의 목소리가 주인공을 대신해 아내의 혼령을 향해 "여기 있으면 제발 센서등을 켜달라"는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 내려갈 때, 그 음성 뒤편에서 속으로 통곡하고 있을 주인공의 심정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결과 감정 없는 목소리는 역설적으로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의문이 남는 지점은 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여야 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계엄 선포부터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르기까지의 TV 뉴스는 혼란한 시국을 이야기하는 배경으로 제시될 뿐,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12·3 비상계엄은 최근 한국 사회가 겪은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이다. 그날 전 국민이 보편적으로 경험한 혼돈과 불안이 주인공의 개인적인 상실과 겹치며 그의 고통의 깊이가 극대화되는 것을 의도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러나 이 소재가 작품 전체에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확신하기 어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