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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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4
휘둘리지 않겠다면서 또 휘둘리고야마는 연애가 궁금하세요? 아니면 좋아하는 감정이 너무 커서 터져버릴까봐 상대에게 상처주는 연애는요? 맞아요. 네, 우리들 얘기잖아요.
지금껏 참 많고 다양한 해리성 장애를 다루는 드라마를 봐왔지만 앞으로도 이사통만큼 이 소재를 적절하게 사용한 드라마가 또 있을까? 우선 본 작품은 로맨스다. 철저하게 로맨스고, 꽤나 재밌고, 또 재밌으니 안 본 눈은 꼭 보시길. 이 작품은 제목만큼 스토리도 투명하다. 어쩌면 제목이 정말 찰떡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 그래서 주호진의 직업은 통역가다 워낙에 구사할 줄 아는 언어가 많다보니 아마 다 나오진 않았겠지만 최소 4개국어 라고 보면 되겠다. 같은 말을 다른 나라 사람에게 전달하며 그 뜻과 맥락을 이해시켜야하는 직업. 참 잘 골랐다. 반면 차무희의 직업은 배우다. 일단 첫 만남에서는 무명배우다. 무언가를 연기하는 삶. 두 사람 다 그 삶을 대변하는 아주 적절한 직업들을 가지고 계신다. 작품이 로맨스다 보니까 아무래도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는 그 복잡미묘한 관계들에 오래간만에 정신이 쏙 빠졌다. 형의 여자친구를 남몰래 짝사랑하던 주호진, 전남친을 찾으러갔다가 본인이 내연녀임을 알게된 차무희. 두 사람 다 각자의 사정으로 각자가 사랑하던 사람들과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두 사람은 자꾸만 부딪히고, 마주치고, 조금쯤 설레기도하고 조금쯤 불편하기도한 아주 오묘한 관게 속에서 점점 서로에게 스며들어가게 된다.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면 될 수록, 무겁고 불편한 속사정들이 나타나면 나타날 수록 각자의 언어로 주고 받던 대화는 더욱 무르익어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가, 그 언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하고, 어긋나기도 하며 또 다시 각자의 언어가 되었다가를 반복하며 제발 그냥 행복하게 살아주세요를 염불할 때 쯤. 비로소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나아가 두 사람에게 묶여있던 과거사까지 단단하고 묵직하게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헤쳐나갈 수 있게되는 관계가 되기까지, 더이상의 통역도 미사여구도 오역도 초월번역도 필요치 않은 깊고 든든한 존재들로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작품은 로맨스다. 그러나 본 작품 안에는 로맨스보다 더 깊은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인생의 풍파가 없는 이가 없을리라만은 어린 차무희에게 주어졌던 가혹한 현실과 그걸 외면한채 살아내는 방법밖에는 몰랐던 차무희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회피형 인간. 인간 말종. 불행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친 풍파 속에서도 나름대로 개구지고 솔직한 어른 차무희로 잘 자라왔는데, 주호진에겐 자꾸만 연기가 안 통하는 것이다. 너무 좋아해서 차라리 나를 떠나줬으면 하는 이 말도 안돼는 양가감정은 어쩌면 현실을 살고 있는 누군가들에겐 남의 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도라미는 주호진과 차무희를 연결해주는 너무도 소중한 다리였다.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도라미 덕분에 주호진과 차무희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이겠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주호진에게 번역된 차무희는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고, 차무희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언어에 휘둘리던 주호진은 그 말을 헤아릴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꽉 찬 사람들이 되어 시작하게 되는 안정적인 만남이 작가가 우리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또 차무희와 같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진정한 해피엔딩이였다. 언제든지 흔들려도 그 흔들림 속에 같이 있어주는 사람. 더 나아가 내가 흔들릴지라도 언제든 든든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나로써 온전하게 있을 수 있는 사람. 누군가들이 피하고 있던 감정이 있다면, 피하고 있는 상황이 있다면, 이것을 그 무엇보다 먼저 마주해야한다는 것. 이건 사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 마주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지라도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마주하며 그 언젠가는 웃으며 지나갈 수 있는 성장이. 우리 혹은 그 누구에게든 있기를. 덧 붙이자면, 주호진 차무희로 두시 간 반 짜리 스페셜 회차 하나만 더 주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