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학습 능력이 없는 것도 정도가 있어

인물들의 부주의함과 멍청함 때문에 속으로 한숨이 푹푹 나왔다. 물론 사람이 비상사태에 놓이면 패닉에 빠져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고, 이렇게 단순한 구성의 공포영화에서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영리하면 이야기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선택이 처음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반복된다는 데 있다. 오죽하면 인간 주인공들의 학습 능력보다 침팬지 '벤'의 학습 능력이 더 높아 보일 정도다. 인물들이 마지막까지 조심성 없이 골로 가는 행동만 계속하니까 쫄리거나 무섭기는커녕 답답하기만 했다. 가장 기가 찼던 장면은 '해나'가 911에 신고하며 주소를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는 대목이었다. 납치를 당했거나, 외국이나 무인도에 표류했거나, 의식이 흐릿한 상태라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멀쩡히 친구 집에 놀러 온 상황인데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인 위치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이 황당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친구 집에 놀러 가면서 위치조차 숙지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앞선 장면에서 다른 인물들이 두 차례나 언급해 관객도 기억할 수 있었던 주소를 해나만 모르고 있어서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트로이 코처가 연기한 '애덤' 시점의 장면을 무음으로 연출한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관객을 청각장애인인 애덤의 감각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과 동시에, 그의 등 뒤에 도사린 위험을 관객이 그보다 먼저 인지하게 하는 데에서 효과적인 서스펜스가 발생하였다. 또한 애덤의 경우 중간 투입된 다른 캐릭터들처럼 단순히 멍청해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 신체적 조건 때문에 위험을 즉각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라 답답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긴장감이 조성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