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송씨네
2026.03.01
소녀들의 즐거운 일본 여행 브이로그.
밥시간을 알리는 아버지의 소리에 두 사람이 일어납니다. 독립 후 간만에 집에 놀러 온 히로키와 그의 여동생 레이. 레이는 조금 늦게 일어난 가운데 아버지는 서둘러 출근을 합니다. 몇 주 후에 오겠다는 오빠를 뒤로 하고 홀로 남은 레이. 학교는 방학했고 동아리 방도 문을 닫았죠. 그리고 어머니가 할머니 병간호차 집을 비우고 (아마도 대학교수로 보이는) 레이의 아버지는 야근이 많아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졌죠. 한편 한국에서 일본으로 놀러 온 규리는 출장으로 온 아버지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죠. 바로 눈앞에 보이는 놀이동산에서 나름 브이로그를 찍어 보지만 지루함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죠. 우연히 발견한 농구공. 그렇게 레이와 규리의 첫 대면이 이어지고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은 영어로 이야기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렇게 유창한 실력은 아니죠. 하지만 찰떡같이 알아듣는 두 사람이 친해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죠. 규리의 숙소와 레이의 집을 서로 방문하던 그들은 놀이동산에서 시간을 보내고 기마쿠라로 여행을 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주한 바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죠. 잠들기전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애착 오리 인형에게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규리의 길도 가볍기만 합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일본 소녀와 한국 소녀의 유쾌한 겨울 이야기. 박석영 감독 영화 중 가벼운 짐처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의 영화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한 게 캐리어 가방입니다. ‘꽃‘ 시리즈의 가출 소녀의 삶은 위태로워 보였고 그 외의 영화에서 캐리어가 크고 무거울수록 고민의 짐도 컸습니다. 근데 이번 영화에서 두 소녀의 짐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생존’이 아닌 ‘성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죠. 이는 소녀의 성장기이자 박석영 감독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두 소녀가 고민이 없는 게 아니에요. 레이는 뭐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규리는 바쁜 아버지에게 괜히 화만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수다는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 정도로 가볍고 경쾌합니다. 영화 속 어른들은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강요하지 않죠. 가끔 놀러 오는 오빠도, 자주 야근하는 아버지도 잔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분명 대화를 나누는데 그 소리나 상황을 증폭시키려고 하지 않아요. 그냥 가만히 둬도 아이들은 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는 마치 무언극을 보는 느낌이에요. 물론 그들은 영어로 대화하지만 굳이 자막으로 나타내려고 하지 않죠. 하지만 가끔 조금은 궁금해질 법한 상황에서는 마치 (예능) 자막처럼 ’여러분도 두 사람의 대화를 맞춰 보세요’라고 얘기하는 느낌이죠. 사실 저렇게 보면 저게 소통이 되나 싶겠지만 그들은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도 전혀 쓰지 않고 물 흐르듯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그 대화가 어설프고 이상해도 앞에 얘기했듯 아이들은 자라면서 성숙해지고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경험해 보았던 우리 어른들은 알고 있기에 미소를 지으며 응원하게 되는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