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들의 아수라를 꿈꿨는지 작가가 신명나게 썼지만 화두를 모를 망상

우리나라는 블랙유머에 엄격하고,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영화도 흔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신명이 주는 영화적 상상력은 충분히 흥미롭다. 링컨 뱀파이어 헌터가 노예제 폐지를 향한 미국의 건국정신을 모독하지 않듯, 이 영화 또한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영화가 아니라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로 다가갈 여지는 충분했다. 왕사남이 증명했듯, 흥미가 가는 영화를 만들면 사람들은 극장을 찾는다. 신명은 그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선을 넘었다. 문제는 이태원 압사 사고에 대한 연출에서 시작된다. 수많은 오컬트 해석들은 그저 재미난 음모론적 묘사로 볼 법하지만, 이 영화는 아직도 이태원 압사 사고가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일부 연출들은 지나치게 저속하고, 그 순간부터 이 영화는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기 어려운 작품이 되어버렸다. 좌도 우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속도감 있는 전개로 한국 현대사를 음모론과 오컬트로 버무린 희귀한 결말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마지막 순간 갑자기 정치적 감성몰이로 끝을 맺는다. 그 작위적인 마무리가 오히려 저예산 오컬트 영화가 될뻔한 작품을 어중간하게 만들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