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찰나의 환각과 영겁의 카르마 사이, 죽음보다 지독한 생의 인력에 묶이다

<엔터 더 보이드> 관람은 오랜 숙원 중 하나였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접한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에 반해, 이 작품은 반드시 극장에서 보겠다고 다짐하며 존버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트립 시네마 기획전을 통해 소원 성취를 하게 되어 무척 기뻤고, 관람을 마친 지금도 그토록 꿈꾸던 세계를 온몸으로 통과했다는 짜릿함이 가시지 않는다. ​영화는 극 중 주인공 '오스카'가 읽던 책 <티베트 사자의 서>의 내용을 충실하게 시각화하고 있다. 죽음을 맞이한 영혼이 중간계를 떠돌며 자신의 과거와 주변인들의 삶을 관조하다가, 윤회의 빛에 이끌려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카메라는 오스카의 1인칭 시점을 통해 도쿄의 화려한 밤과 마약으로 인한 환각을 직접 체험케 하며, 눈꺼풀 깜빡임까지 재현해 관객을 캐릭터의 감각 안에 완전히 밀착시킨다. 오스카가 죽은 뒤에는 유체를 이탈한 영혼의 시점에서 벽과 사물을 통과하며 상공을 부유하고, 자신이 지난 생에서 쌓은 업을 복기하는 회상 구간에서는 오스카의 뒤통수를 쫓는 3인칭 시점으로 전환되어 그의 트라우마를 관조한다.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는 도쿄는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지옥도 같았다. 그 속의 인물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음을 입에 담으면서도, 살고자 하는 욕망을 놓지 못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원적인 동력은 역시 집착인 것 같다. 아무리 이승이 끔찍해도 자신을 증명해 줄 유일한 연결고리에 대한 미련 때문에, 영혼은 지상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동시에 이는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생명체 본연의 맹목적인 생존 의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비참한 환경 속에서도 인물들의 세포와 신체는 끊임없이 요동친다. 지옥에서도 꽃은 핀다는 말처럼, 생명은 그 자체가 지닌 관성에 의해 끈질기게 이어진다. ​러닝타임 내내 폭격하듯 점멸하는 조명 때문에 눈이 피로할 것을 각오했으나, 생명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사후 체험에 깊게 빠져든 나머지 힘든 줄도 몰랐다. 진짜 유체 이탈이라도 하는 게 아닌 이상 이런 경험을 또 어디서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압도적인 시청각적 체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