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션스
2026.04.15
스포일러 주의!
식물을 통해 소통을 배우다
처음엔 영화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대학의 은행나무라는 배경만 같을 뿐 시대는 물론이고 성별, 나이대도 조금씩 다른 세 사람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학문 역시 저마다 달랐으나 은행나무 때문인지 세 사람 모두 식물에 주의를 기울였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영화의 의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저마다 그곳에서 단절을 경험했다. 웡 박사는 팬데믹으로 인해 독일어만 사용하는 관리인과 고립되어 서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도, 심지어는 웡 박사의 은행나무 연구조차 오해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레테는 대학의 유일한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성적 농담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다. 입학 면접을 치를 때부터 입학 후에 동등한 입장인 남학생들에게도 그레테를 향한 성적 시선은 한결같았기에 그녀는 감정적인 고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네스는 여느 학생들처럼 대마초를 피우거나 하지 않았는데, 그로 인해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학에서 농성을 하는 것보다 군둘라가 여행을 가면서 맡긴 식물들에게 물을 주는 게 더 중요했을 정도로 그는 타인과 일부러 거리를 두는 듯했다. 그렇게 타인과 단절되었던 세 사람은 식물과 교감하면서 소통하는 법을 깨달았다. 제일 먼저 그 깨달음을 얻은 건 하네스였는데, 그에게 군둘라의 제라늄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친근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안겼다. 동물과는 다르게 소통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식물이 주는 기쁨에 감탄했다. 웡 박사는 은행나무와 소통을 하려고 애를 쓰다 비가 오는 날에 샤워를 하면서 뇌파를 연결했고, 나중엔 수은행나무의 정자를 얻어 암은행나무에게 생식의 기쁨을 누리게 했다. 그레테는 그녀를 무시한 교수와 비슷한 나이지만 묵묵한 식물과 같았던 편견 없는 사진사와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요즘처럼 볼거리, 놀 거리가 많은 시대에 소통되지 않는 게 당연하게만 보이지만, 과거에도 소통이 잘 이루어지진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러 시대의 소통의 부재를 보여주며 영화는 식물의 단순하고 명확한 소통처럼 우리도 그렇게 타인과 소통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음식을 통해 대화를 나누게 된 웡과 관리인처럼, 사진으로 소통하게 된 서로 다른 세대의 사진사와 그레테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