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Fill름
2026.04.19
나는 황동만을 욕할 수 있을까? 인간적이라는 건 뭘까?
2화까지만 보고 평가를 남기는 거라 후반부 가면 또 리뷰를 수정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황동만이라는 캐릭터가 짜증나고 내 곁에 없었으면 하는 캐릭터인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황동만을 욕하려고 다시 한번 뇌 필터링을 거쳐보면 막상 짜증난다, 말이 많다, 나댄다 빼고는 할 말이 또 없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황동만을 둘러싼 캐릭터와 환경이 황동만 못지 않게 치밀하게 거슬리는 구도를 그리고 있어서요. 당장 강말금 배우가 맡은 고혜진이라는 캐릭터가 2화에서 아지트의 황동만에게 통보를 할 때도, 황동만이 마냥 자기 말만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시청자인 저희와 황동만 자신은 알고 있음에도 고혜진 캐릭터는 입을 닫으라는 말만 할 뿐입니다. 최원영 배우가 맡은 영화 제작사 대표 역시 그러합니다. 눈엣가시인 부하 직원의 말을 자기도 무시한 채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막상 황동만이 자기 하고 싶은 말 한다고 나무랍니다. 이러한 내로남불이 가장 잘 드러나는 캐릭터가 오정세 배우의 박경세 감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2화에서는 아내에게도 지적당할 정도로, 그는 황동만 못지 않게 열등감이 있고 보행자의 손가락질에 분노하는 찌질한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아내 빼고는 주위의 그 누구도 이 캐릭터에게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그가 황동만과는 달리 성공한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윤정 배우의 변은아 캐릭터가 이런 대사를 합니다. 지병처럼 묘사되는 코피에 관한 것인데, 어릴 때 코피가 나면 숨이 안쉬어지고 자폭하고 싶은 감정을 느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주위의 나약함이 보인다. 황동만과 이 드라마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모두 나약함을 숨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황동만도 자기가 무가치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산과 모임에 가서 말을 계속 하면서라도 살아있음을 증명하려고 할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무가치함을 인지하고 있고, 황동만과 겹치는 '거슬리는 점'이 있음에도 20년 넘게 데뷔도 못하고 남들에게 피해주는 황동만을 욕하면서 티 안나게 버틸 뿐입니다. 그 사람을 욕하지 않으면 나약한 자신을 마주하게 되어버리니까요. 지금까지 봤을 땐 그렇게 느꼈습니다... 내가 황동만의 특정한 부분을 딱 짚어서 욕할 수 있는 사람일까? 누군가를 진지한 대화 한 번 안 해보고 까고 무시해도 될 만큼 자신있는 사람일까? 과외하면서 말을 하다보니 대학생활하며 느낀 취업, 인간관계같은 불안함이 없어지는 듯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못 살겠다는 생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가치한 것 같아서, 나약한 나를 보기 싫어서 했던 발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