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숭고한 비극의 완성

숭고한 비극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상승과 하강의 극단적인 충돌로 영화는 마침내 폭발한다. 왠만한 영화는 이 영화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이 영화와 부딪히면 튕겨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가히 우주 걸작이라고 할 만하다. 내용이 정치적일 때 영화가 정치적인 것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이 작품은 입증한다. 이 영화의 극단적인 롱 테이크들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고 강렬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이 잔혹한 영화가 우아한 비극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은 시종일관 인물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카메라의 위치 때문이다. 죽기 직전 기쿠와 오토쿠가 재회하는 장면만큼 감동적인 순간은 영화사 속에서도 찾기가 힘들다. 그 장면이 주는 숭고한 감동은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와도 맞먹는다. 그 장면에서 어떤 감독이라면 기쿠와 오토쿠의 얼굴 클로즈업을 비롯해서 감정적으로 이입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동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조구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장면에서 카메라는 기쿠와 오토쿠를 어느 이상 가까이 가서 보여주려 하지 않고 어느 지점에 멈춰서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조그만 등 하나만 그들을 비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에서의 파토스는 엄청나다. 이것이야말로 미조구치의 카메라가 지닌 마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