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8.2/새 술을 헌 부대에. / 뻔하고 전형적인 인물 및 서사 속에 담긴 꽤나 창의적이고 새롭긴 한 좀비 떼들. 그릇과 내용물의 다소 아쉬운 괴리.

8.2/새 술을 헌 부대에. / 뻔하고 전형적인 인물 및 서사 속에 담긴 꽤나 창의적이고 새롭긴 한 좀비 떼들. 그릇과 내용물의 다소 아쉬운 괴리. / 아무래도 기존의 좀비물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유형의 좀비들을 소개하는 작품인지라 영화의 포커스가 온통 좀비들의 설정에 대한 설명에 맞춰져 있었음. 물론 빈번했던 설명이 마냥 헛되지는 않도록 뉴 좀비들이 자아내는 여러 창의적이며 인상적인 진풍경들이 영화의 장르적 즐길거리들을 꽤나 보장해주긴 했고, 그 광경들을 충분히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음. 반면 좀비를 상대하는 인물들의 설정 및 전반적인 서사의 구조는 다분히 뻔하고 전형적이었으며, 뉴 좀비에 대한 설명충 분량에 밀려 내내 뒷전이란 느낌을 받았음. 전형적인 인물들의 뻔한 대사와 권선징악형 에피소드들, 진부하게 느껴지는 사회적 메시지 및 전작들에 비해 줄긴 했어도 여전히 분량을 축내고 있는 사연팔이 등등. 마치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은 듯 인물 설정 및 서사라는 그릇과 새로운 좀비들이란 내용물 사이에 괴리가 느껴졌고, 분명 이게 최선은 아니란 걸 직감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좀 남을 수밖에 없었음. / 각 개체들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점차 진화하는 좀비들답게 여느 좀비물 속 좀비들과는 분명 차별화되는 모습들을 보여주긴 함. 자기들끼리 달라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모습, 모든 개체들이 한동안 자리에 멈춰서 정보를 수신하는 모습, 지성이 존재하는 숙주와 연결돼 있기에 좀비가 무려 터치 스크린을 통해 장소 검색을 해내기도 하고, 죽은 척하고 있다가 주인공의 목소리를 엿듣고 슬며시 일어나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내내 꽥꽥거리다가 갑자기 멀쩡한 사람 목소리를 내서 사람들을 속이기도 함. 이후엔 다함께 한 목소리로 말도 하고, 심지어 총도 쏘고 운전도 하는 좀비 특공대가 결성되기도 함. 막판엔 잘못된 정보가 입력된 채로 서영철의 통제를 벗어난 좀비들이 앞서 설명했던 앤트밀 현상을 대규모로 연출해내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이후 숙주를 잃은 좀비들이 마네킹처럼 일제히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서며 상황이 일단락된 와중에도 디스토피아적인 풍경을 연출해내기도 함. 확실히 전에 본 적 없는 좀비들이긴 했고, 뻔하고 전형적인 인물들 및 서사들 속에 담기기엔 살짝 아쉬운 소재이자 아이디어다 싶기도 했음. / 기존의 좀비물과는 차별화되는 창의적인 좀비들을 다루는 와중에도 뭔가 감독이 <월드워Z>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나 싶은 장면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음. 냄새로 위장한 사람들을 좀비들이 식별해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모습, 주변에 별다른 자극이 없으니 좀비들이 휴면 상태에 들어간 듯 주변을 서성거리는 모습, 좀비들이 뿜어낸 점액질과 피를 뒤집어쓴 인물이 좀비들의 공격을 피해가는 모습, 그리고 빌런 서영철이 날뛰는 좀비들 사이를 여유롭게 활보하는 모습은 <월드워Z>의 클라이맥스 속 좀비들 사이를 유유히 역주행하는 브래드 피트의 영웅적인 모습과 대비되는 흡사 오마주스러운 장면이기도 했음. 물론 익숙한 그림들 사이사이로 분명 이 영화만의 개성과 차별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기에 따라쟁이보단 반가운 기시감 정도로 생각하며 장르적으로 즐길 수 있었음. / 새로운 유형의 좀비들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 주력하다 보니 살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주인공들이 그저 개성없는 생존자들로 보이는 편이었음. 캐릭터 자체도 전형적으로 설정된 와중에 설명충 톤의 대사들 및 왠지 구어체스럽지 않게 들리는 상투적인 대사들까지 뱉고 있으니 더욱 몰개성해 보였음. 때문에 전지현, 지창욱, 김신록, 이중옥, 신현빈, 최광일 등, 연기력이 보장되는 빵빵한 캐스팅을 자랑함에도 배우들이 그저 밋밋하게 주어진 역할만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는 느낌이었음. 그나마 구교환 정도가 빌런 서영철 역을 맡아서 시작하자마자 경찰에 자진 신고 후 테러를 저질러 버리는 돌은 자의 패기를 보여주거나 흐느적거리며 좀비들을 조종하다가 끝내 허무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등, 배우의 이름값과 엇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남겨준 게 다였음. 캐릭터 설정 및 배우 활용의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음. / 초반부터 전형적으로 설정된 인물들이 뻔하고 작위적인 그림들을 펼쳐나감. 일단 마치 재난영화처럼 오프닝에서 불길한 징조를 슬쩍 노출하고는 이후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주인공들을 비추며 얘네들한테 뭔 일이 생길 것임을 암시함. 이후 좀비 창궐이라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주인공들은 너무나도 정의로워서 자기자신도 위험하고 다급한 와중에 오지랖이란 오지랖은 다 부리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지는 답답한 모습들을 수시로 보여주고, 몇몇 발암캐들은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빈정대거나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곤 함. 대책 본부에 모인 윗대가리들은 사람 목숨보단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 비인간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다가 위험해지니 자기들부터 내빼기도 함. 오지랖 부리는 주인공들이나 발암짓하는 발암캐들이나 다들 뻔하고 전형적인 행태를 일삼으며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해줘 버리는 통에 딱히 돋보이거나 애정이 갈 만한 인물을 찾아볼 수 없었음. / 초반 강우철 대표의 집단지성 어쩌구 하는 프레젠테이션 내용, 그리고 빌런 서영철이 자신을 팽했다는 강우철 대표에게 자신의 뜻과 야망을 설파할 때의 대사, 권세정이 좀비들에 대해 설명하고 작전을 짤 때의 대사, 위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할지 의견을 주고 받는 생존자들 간의 대화 내용, 후반 서영철이 권세정에게 자신의 목적과 동기를 설명하는 부분 등등, 뭔가 대사들이 지나치게 설명충이었던 구간이 잦아서 작위적으로 짜여진 대본처럼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졌고, 현실감도 좀 떨어졌음. 물론 그 설명충 대사들 중 몇몇 부분들은 나중에 가서 복선처럼 기능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몰입을 방해하고 극을 늘어지게 하는 단점들이었음. 중반쯤에 서영철의 실험실 속 원숭이 실험체들의 사례를 통해 영화 속 좀비들의 생리를 충분히 시청각적으로 보여준 바 있기에 주인공들이 설명충 대사들을 뱉는 대신 좀 수고스럽더라도 직접 눈과 귀로 체감할 수 있게 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음. / 여기서도 어김없이 다급한 위기 상황 속 주인공들 간의 감정씬을 넣어뒀음. 솔직히 초반 인물소개 시간 속 상투적인 대화 내용 외에는 딱히 감정적으로 몰입할 겨를도 없었던 인물들끼리 캠핑 어쩌구 하며 너는 꼭 살아남으라면서 눈물을 뽑아내고 있는데 그닥 공감될 리가 없었고,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늘어지는 시간 낭비란 생각이 들었음. 그밖에 좀비에게 물리고 있는 한규성의 모습과 그의 가족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기의 화면을 번갈아 보고있는 권세정의 아련하고 서글픈 표정이나 왕따 소녀와 일진 소녀 간의 감동적인 화해 장면, 서영철과 그의 아버지와 권세정 등이 얽혀있는 과거의 사연, 막판 권세정과 공설희 간의 연대 등도 굳이 필요했나 싶은 감정씬 및 사연 팔이로 느껴졌음. 뭔가 의식이라도 한 듯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선 그 분량이 많이 줄어든 듯했고, 신파란 느낌까지 든 적도 없었지만, 여전히 건조함과는 거리가 있는 상투적인 감정씬들이 군데군데 보이는 편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