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씨에이
2026.06.10
8.2/누가 맘대로 수도꼭지 틀었냐...ㅠㅠ / 그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영원토록 쭉 같이 있게 된 것, 단지 그것뿐. 그 벽이 다시 허물어지기 전까지.
8.2/누가 맘대로 수도꼭지 틀었냐...ㅠㅠ / 그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영원토록 쭉 같이 있게 된 것, 단지 그것뿐. 그 벽이 다시 허물어지기 전까지. / 일단은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의 기괴함이 반겨줬고, 자초지종을 스킵한 채 과묵하게 전개되니 좀 답답하기도 했으며, 군데군데 조악함과 어설픔이 묻어났고, 장르도 굳이 필요 이상으로 넘나드는 느낌이고, 당시 기준으로도 철 지난 조폭 소재에 촌스러움마저 느껴지는 데다, 수시로 헛웃음 짓게 만드는 병맛 코믹 요소들이 판치는 등의 두서없고 어수선한 잡탕 전개 및 연출이었는데, 그걸 뚫고서 기어이 애틋하고 지고지순한 로맨스가 전해졌음. 다른 것 다 떠나서 세상에 단 둘만 남겨져 있는 듯 앞뒤 안 가리는 2000년대 뮤직 비디오 감성의 찐 사랑 이야기가 끝내 감정을 자극했고, 막판에 이르러선 이런 잡탕극 와중에도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애틋하고 찡한 로맨스에 빠져볼 수 있었음. / 마무리가 인상적이었음.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의 흔적이자 증표인 순애의 수도꼭지 한 쌍에다 기어이 세탁기 호스를 연결해놓는 정신 나간 패기를 보여주고서는 이어서 옥상 위 흩날리는 빨래들을 훑으며 사실상 둘의 결실이나 마찬가지인 세탁기가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으며, 두 사람 역시 벽 속에서 오순도순 같이 잘 있음을 암시함. 난잡하고 조악한 잡탕극 속에서 기어이 찐사랑 로맨스를 완성시킨 것도 모자라 막판 감동과 병맛 사이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는 오묘한 뇌절 드립까지 펼쳐내기에 뭔가 약간 광기의 영역에 발을 들인 느낌이었음. / 음악이 결국엔 열일을 해줬음. 중반까지는 도중에 이게 뭔가 싶을 정도의 촌스럽고 전형적인 음악이 들려오며 산통을 깨기도 했으나, 막판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마침내 무르익는 타이밍에 깔린 서정적이고 아련한 음악은 두 주인공이 만들어낸 수도꼭지 명장면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며 기괴하지만 서글프고 아름답기까지 한 사랑 이야기를 완성시켰고, 끝내 여운마저 남겨줬음. / 공포 스릴러 분위기로 시작해서 조폭 액션 및 느와르에도 슬쩍 발을 담그고, 약간의 b급 고어물의 향을 묻힌 채 내내 어이없는 병맛 코미디를 곁들여가며 나름 뚝심 있게 로맨스 드라마를 전개해 나감. 오랫동안 벽 속에 갇혀있다가 간신히 탈출해서 간소하게 복수 한바탕 벌이고는 곧바로 미련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향하는 순애보 스토리가 난잡하게 뒤섞여있는 잡탕 장르극을 뚫고서 전해지긴 했고, 굳이 어설프게 건드려놓은 여러 장르들조차 썩 밉게 느껴지진 않았음. / 종각이 사람들에게 툭툭 건내는 돈뭉치도 은근 기억에 남았음. 돈이고 뭐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얼마가 됐든 신경쓰지 않고 선뜻 내밀 수 있다는 내일 따위 없는 찐사랑 패기. 게다가 그렇게 쓰고서 남은 천 원 짜리 몇 장마저 막판 수리공에게 전부 건내는 모습은 순간 투박한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음. / 어딘가에 오랫동안 갇혀있다가 나와서는 정리 안 된 뻗친 머리에 시커먼 무채색 정장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올드보이> 속 오대수 느낌도 슬쩍 나고, 초반 자신을 배신했던 조직을 찾아가 단신으로 여유롭게 쓸어버리는 모습에선 <해바라기>의 오태식이 떠오르기도 했음. 살짝 오마주의 의도가 엿보이는 듯했음. // [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심사위원 초기작 상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