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6/맞물려 엉키고 부대끼기보단 나란히 서서 평행히 나아가기로. 현재를 위하여,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

7.6/맞물려 엉키고 부대끼기보단 나란히 서서 평행히 나아가기로. 현재를 위하여,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 / 아직 영화가 채 시작되기 전에 영상보다 먼저 울려퍼진 매미 소리를 듣자마자 문득 좀 식상하고 뻔하단 느낌이 좀 들었음. 여름을 배경으로 한 적지 않은 독립영화 및 드라마 장르 등에서 많이 봐온 류의 오프닝이기 때문임.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였고, 이후로 예상과는 제법 다른 지점들이 포착되긴 했지만, 시작하기도 전부터 식상하단 느낌이 들어버린 탓에 첫인상에 조금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감이 있었음. / 초반 현재가 해인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곳곳을 둘러보는 모습이나 현재가 아빠와 대치하고 있을 때, 화원에서 해인이 현재를 찾아다닐 때, 해인과 싸우고 뛰쳐나간 현재가 교통사고를 당할 때 등등, 가끔씩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에서나 쓰일 법한 심상치 않은 느낌의 음악 및 어두운 화면톤 등의 연출이 펼쳐짐. 어디까지나 흔한 드라마 장르의 독립영화로서 비슷한 작품들이 보여줘왔던 일상적인 톤의 범위 안에서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이따금씩 예상 밖의 미스터리 스릴러스러운 분위기를 제법 그럴 듯하게 자아냈기에 연출적인 면에선 여느 유사한 작품들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편이었음. / 사실 현재의 선택과 행동들이 온전히 이해되고 공감되는 편은 아니었음. 아빠의 가정폭력에 질리도록 시달려온 데다, 같이 시달린 엄마는 그런 아빠를 내치지 못하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참고 살라 요구하기에 충분히 그 거지 같은 집구석을 벗어나고 싶어할 만함. 허나 아빠로 인한 갈등만 제외하면 여느 모녀처럼 친엄마와도 충분히 가까운 사이인 듯보였고, 동생과도 괘나 각별해 보였기에 정말 그렇게 과감하고 빠르게 가족을 버릴 정도인가 싶긴 했고, 반면 해인과는 그 정도로 깊은 유대를 쌓은 걸까 의문이 드는 상태에서 현재가 해인에게 너무 집착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소 작위적인 모습처럼 비춰지기도 했음. / 가정폭력, 실종 아동 부모의 삶, 자발적 홈리스, 청각 장애인과 수화, 노래와 합창 등, 독립영화 속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소재들이 한데 모여있는데, 그리 유효하게 호응한단 생각은 들지 않았음. 그저 주인공 캐릭터들이 각자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 치유와 희망의 요소 등을 품고 있어야 하기에 적당히 부여해놓은 설정 정도의 기능적인 느낌이 들었음. 각 소재들에 대해 그렇게까지 세심하게 접근했단 느낌은 들지 않는 편이어서 왜 굳이 하나의 이야기 속에 모아놓은 걸까 의문이 좀 들기도 했음. / 시작부터 양 옆이 좁은 4:3 화면비가 펼쳐지는데, 초반에만 그럴 줄 알았으나 이후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쭉 이어졌음. 뭔가 고정관념일 순 있겠으나 보는 이들에게 의도적으로 답답함을 느끼도록 만들기 위해, 다소 부정적인 사건 및 분위기를 다룰 때 등, 특정한 목적을 띌 때 활용하는 특수한 화면비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정폭력, 아동 실종 등의 무겁고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곤 해도 비교적 일상적이며 무난한 분위기 속에서 막 극적인 이벤트 없이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 흘러가는 드라마 장르의 독립영화와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음. 물론 이따금씩 스릴러, 미스터리스러운 연출이 보이고, 그런 류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고, 이야기의 내용 자체도 썩 밝지만은 않게 흘러가기에 예상했던 것과는 꽤나 다른 영화다 싶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좁은 화면비만 쭉 고수한 건 딱히 최선의 선택으로 보이진 않았음. / 채정안 배우는 딱히 스크린에서의 연기는 본 적이 없어서 사실상 제대로 연기하는 모습을 본 건 이 작품이 처음이었는데,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음. 시종일관 차분하고 안정적인 톤을 유지하며 실종 아동 부모의 삶을 썩 준수한 몰입으로 표현해줬음. 현재 역의 황보운 배우는 연기력에 있어서는 딱히 손색이 없어 보였으나 왠지 모르게 현재라는 캐릭터와는 싱크로율이 그닥 좋지 않단 생각이 들었음. 배우는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으나 필연적인 괴리 때문에 온전히 몰입하기는 어려운 편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