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밤이 되면 강해지는 것은 유령만이 아니다

중반을 기점으로 장르가 틀어지는 것이 특징인 영화다. <컨저링>이나 <인시디어스>를 연상시키는 전반부는 클래식한 오컬트 호러의 문법을 따른다. 주인공 '아이리'가 장막을 넘어 영계로 진입할 때 사용하는 아날로그적인 소품들, 낮과 밤이 뒤바뀐 것처럼 연출되는 영계의 모습이 오컬트 장르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서늘함을 준다. 하지만 진상이 밝혀진 후부터는 초자연적인 공포에서 벗어나 홈 인베이전 스릴러로 전환되며, 전반부와는 또 다른 결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나쁘진 않았지만 너무 무난해서 크게 할 말이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슴을 뛰게 만들거나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는 한 방이 부족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라는 주제와 이에 따른 반전은 이미 현대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익숙한 공식이라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또 아이리가 LP판을 틀어놓고 혼자 저택을 돌아다니며 술에 취해 춤추는 장면은 분위기를 환기하기도 하지만, 톤앤매너가 다소 튀는 구간이라 좋은 의미로만 기억에 남진 않았다. ​아이리의 파트너인 죽은 언니 '미쿠'의 활용도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유령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위험을 감지해 주는 것 외에는 활약이 전무한 수준이다. 오컬트 호러와 스릴러 양쪽 측면에서 모두 눈에 띄는 개성을 보여 줬다고 할 순 없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적당한 긴장감과 장르 변주를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