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샤일록
샤일록
2026.07.10
밤이 되면 강해지는 것은 유령만이 아니다
중반을 기점으로 장르가 틀어지는 것이 특징인 영화다. <컨저링>이나 <인시디어스>를 연상시키는 전반부는 클래식한 오컬트 호러의 문법을 따른다. 주인공 '아이리'가 장막을 넘어 영계로 진입할 때 사용하는 아날로그적인 소품들, 낮과 밤이 뒤바뀐 것처럼 연출되는 영계의 모습이 오컬트 장르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서늘함을 준다. 하지만 진상이 밝혀진 후부터는 초자연적인 공포에서 벗어나 홈 인베이전 스릴러로 전환되며, 전반부와는 또 다른 결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나쁘진 않았지만 너무 무난해서 크게 할 말이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슴을 뛰게 만들거나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는 한 방이 부족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라는 주제와 이에 따른 반전은 이미 현대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익숙한 공식이라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또 아이리가 LP판을 틀어놓고 혼자 저택을 돌아다니며 술에 취해 춤추는 장면은 분위기를 환기하기도 하지만, 톤앤매너가 다소 튀는 구간이라 좋은 의미로만 기억에 남진 않았다. 아이리의 파트너인 죽은 언니 '미쿠'의 활용도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유령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위험을 감지해 주는 것 외에는 활약이 전무한 수준이다. 오컬트 호러와 스릴러 양쪽 측면에서 모두 눈에 띄는 개성을 보여 줬다고 할 순 없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적당한 긴장감과 장르 변주를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