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케빈브라이언
2026.07.17
1등과 꼴등, 순응과 반항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이 놓쳐버린,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 평범한 고삐리의 별것 없는 사소한 일탈.
■ <학교 다녀왔습니다>는 이 명료한 한 줄의 시선으로 수렴된다. 90년대 말 한국 영화계가 세기말의 폭력성과 자극적인 비행으로 청소년을 소비할 때, 카메라는 대학 진학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주변부로 밀려난 '그럭저럭 살아가는 아이들'의 공기를 담담하게 포착한다. 거창한 반항이나 뚜렷한 갈등 구조는 없다. 늦잠을 자고, 삐삐를 치고, 짜장면 철가방을 든 채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것이 소년이 부리는 일탈의 전부다. 그러나 이 '별것 없음'이야말로 영화가 던지는 가장 직관적인 화두다. 세상이 정해둔 1등과 꼴등의 궤도에서 미끄러진 아이들에게, 이 사소한 일탈은 방황이 아니라 '나 여기 살아있다'는 최소한의 신호이자 숨통이기 때문이다. 제도적 압박의 주변부이자 회색지대에 놓인 소년은, 자신만의 보폭으로 '세상이라는 진짜 학교'에서의 하루를 이수한다. 여기서 영화를 관통하는 진짜 서정적 깊이는 집 문을 열며 부모를 향해 외치는 "학교 다녀왔습니다!"라는 서글픈 거짓말이 역설적으로 선사하는 기묘한 해방감과 묵직한 페이소스의 정서에서 강력하게 뿜어져 나온다. 시스템이 짜놓은 억압적인 오답 노트 위를 온전히 제 발로 걸어온 자가 던지는 이 정직하고도 쓸쓸한 귀환 보고는, 화려한 성취나 거창한 명분 대신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견뎌냈다'는 동시대 청춘들의 보편적인 고독과 위로를 담아내며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정서적 중심추로 자리 잡는다. 이 영화는 세기말이라는 불안정한 시대의 공기 속에서 방황하던 청춘의 단면을 자로 잰 듯 정확하고 예리하게 관통해 내는 독보적인 시선의 가치를 증명한다. 희미하게 퍼지다 이내 사라지는 아련하고도 쓸쓸한 청춘의 스펙트럼을 그 어떤 신파나 미화도 없이 오롯이 렌즈에 담아내며, 대책 없는 방황 속에서도 기어코 자신만의 길을 찾아 귀환하는 소년의 뒷모습을 통해 한 시대를 위로하고 증명해 낸 청춘 영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