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씨에이
2026.07.27
8.6/그 흉추가 지느러미로 화하기까지. 체제의 선량한 부역자가 혐오스런 그 지느러미를 손에 쥐기까지.
8.6/그 흉추가 지느러미로 화하기까지. 체제의 선량한 부역자가 혐오스런 그 지느러미를 손에 쥐기까지. / 다르다는 이유로 맹목적인 혐오를 품는 자들과 혐오에 순응한 채 비참한 날을 보내는 이들, 그리고 혐오에 강제로 적응당해버린 나머지 혐오당하는 쪽을 벗어나 혐오하는 쪽으로의 편입을 꾀하는 이들까지. 그 어느 쪽에라도 속할 뻔했던 자들이 나만 아니면 된다며 안도하거나, 하필 나라며 비관하거나, 그저 묵묵히 살아가거나 하는 모습들. 통제된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주입한 가공되고 왜곡된 정보로 인해 혐오를 학습하고 실천하기까지 하는 다수는 물론, 허상과 실체가 맞닿는 경계에서 티끌만큼의 진실을 마주하고 찰나의 의심을 품은 끝에 결국 찝찝한 동조와 답습과 부역을 택하고마는 소수까지. / 오염 물질로 가득한 불긋불긋한 빛깔의 불길하기 짝이 없는 바닷가,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기다란 회색빛의 콘크리트 장벽과 무채색의 낡고 삭막한 건물들, 타도 오메가를 외치는 북한스러운 선전 영상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지저분하고 너저분한 길거리, 사람들은 물을 아껴야 하기에 얼굴에 묻은 거뭇한 얼룩과 꾀죄죄한 옷차림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으며, 왠지 모를 붉은 빛의 태양 때문에 저녁 노을마저 섬뜩하고 공포스럽게 느껴짐. 시작부터 인간이든 오메가든,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민족에게나 도통 한 치의 희망도 느껴지지 않는 찐득하고 축축하고 암울하고 절망적인 디스토피아의 풍경이 펼쳐지는데, 공을 많이 들였음이 절로 느껴졌고, 그 위협적인 첫인상에 반갑게 압도당한 채로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었음. 시작부터 워낙에 삭막하고 암울하고 기괴했던 탓에 역시나 더럽기는 매한가지이며 환각적이고 우울하지만 약간의 색감이라도 품었으며 음악이나마 울려퍼지는 실내 낚시터란 공간이 도중에 등판했을 땐 내심 반가움이 느껴질 정도였음. / SF 장르를 지향하고 있기에 디테일한 설정과 이야기만으론 관객에게 세계관을 납득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을 테고, 저예산 독립영화라 하더라도 장르적인 뭔가를 보여주고 들려줘야 했을 텐데,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충분히 인상적인 성취를 보여줬다 싶었음. 오메가란 설정을 그럴 법하게 구현해낸 여러 소품들과 각종 선전 영상 등,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낸 부분도 충분히 준수했던 가운데,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생판 다르게 보이도록 가공해서 재창조해낸 부분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면목이었음. 분명 어딘가에 존재할 테지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보이는 이질적인 공간을 찾아내기도 하고, 보통의 바닷가를 비틀어서 디스토피아 속 오염된 위험 구역처럼 보이도록 바꿔놨음. 친근한 주택가의 풍경도 시뻘건 핏빛 노을과 음영 조절을 통해 소름돋고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비교적 익숙한 길거리 역시도 체제 선전 영상을 곳곳에 박아놓으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다른 세계처럼 보였음. 심지어 평범한 산 속의 풍경이나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들마저도 불그스름한 톤을 입히니 왠지 모를 불길함과 공포마저 불러일으켰음. 대체 저런 곳을 어떻게 찾아냈고, 대체 저걸 보고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으며, 어떻게 꾸며냈을까 싶은 장면들이 수시로 펼쳐졌고, 그런 점에서 영화가 영리하고도 기발하게 현실을 가상의 세계관으로 전환시켜냈다 싶었음. /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 날것의 내레이션은 나지막이 흐느끼는 서글픔의 정서와 의지를 잃고 포기한지 오래인 자의 태연한 절망감이 공존하는 듯 절로 힘 빠지게 만들면서도 특유의 알아듣기 힘든 웅얼거림 때문에 외려 귀를 더 기울이게 만들었고, 동시에 극에다 묘하고도 음산한 분위기를 깔아줬음. 끝부분을 길게 늘어뜨리는 창법이 두드러졌던 실내 낚시터에서의 음악은 몽환적인 톤의 영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보고있는 입장에서도 극중의 낚시터 손님들처럼 환각에 빠져들도록 만들었음. 이 영화를 위해 만들었어도, 혹슨 어디선가 용케 찾아내서 써먹었어도 모두 대단하단 생각이 절로 들 만큼의 절묘한 음악 활용이다 싶었음. / 엔딩이 인상깊었음. 끊임없이 일렁이는 붉은 빛의 파도를 점점 확대해 나가니 끝에 가선 마치 온 세상이 불타오르며 멸망해가고 있는 듯한 절망적인 순간에까지 도달한 느낌이었음. 1시간 넘도록 우울과 절망만이 판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잔뜩 절여져 있었던 탓에 찐으로 환각 상태에 접어든 건 아닐까 싶은 착각에 빠진 듯했고, 저 괴랄한 세상이 불바다가 되길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싶었음. / 북한 영상 특유의 인위적인 질감을 본따서 만든 거부감과 위화감이 절로 드는 선전 영상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오메가란 존재에 대해 어필하고, 오메가의 특징이 드러나는 발 모형에 오메가 전용 인체 조직도까지 만들어서 짤막한 오메가학개론 강의도 진행함. 잘려진 오메가의 지느러미도 등장시키고, 사람들 틈에 섞여 사는 오메가들을 위해 암암리에 제작되고 유통되는 오메가용 의족들까지도 제작하는 등, 제법 디테일하게 묘사해놓은 오메가들에 대한 설정이 낯선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대한 몰입을 한층 끌어올려줬음. 여기에 오메가란 존재를 둘러싼 사회 곳곳의 억압적이며 폐쇄적인 분위기와 관련 현상들도 꽤나 그럴 듯하게 그려낸 덕에 시청각적 표현 뿐만 아니라 이야기적으로도 제법 탄탄하게 준비했음을 알 수 있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