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BUSSOL
2020.09.15
맥 빠지는 영화
나는 웬만하면 음악영화에 후한 편인데 <싱 스트리트>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찌질한 10대 소년이 좋아하는 소녀 때문에 밴드를 결성하고 결국 성장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하다. 물론 영화에 있어 스토리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고 인물은 어떻게 묘사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싱 스트리트>는 그런 면에서 많이 아쉬웠다. [죽어버린 캐릭터] 인물에 캐릭터는 있으나 매력은 없었다. '가족은 무너지고 학교에선 괴롭힘당하고, 미래주의라는 기묘한 컨셉으로 밴드를 결성했는데 그게 모두 한 여자 때문에 일을 벌인' 코너는 이렇게 얘기만 들으면 정말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런데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코너를 둘러싼 갈등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주인공의 내면과 성격 묘사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보통 이런 캐릭터는 찌질미와 순수미를 느낄 수 있는데, '미'는 빠진 채 찌질과 순진함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은 정말 죽어버렸다. 특히 라피나와 밴드 멤버들은 꽤 다채로운 인물이었는데, 멤버들은 그냥 머릿수 채우기 용으로 이렇다 할 분량도 없었고, 라피나는 코너의 시점으로만 보여져 그냥 선망의 대상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 영화를 다시 곱씹으며 라피나를 떠올리고 있는데, 예쁜 얼굴 말고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주변 인물들은 코너를 위한 들러리로 보여서 많이 아쉬웠다. 그럼 코너를 더 밀어주던가. 그나마 형은 확실히 캐릭터를 확립했다. [힘 좀 줘] 이야기에 힘이 없었다. 주인공을 둘러싼 갈등들이 너무 맥없이 해결되어서 별로였다. 예를 들어, 코너를 괴롭힌 일진이나 교장과 더 큰 갈등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영화 중간중간 자꾸 사라지더니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일진을 밴드로 영입하는 장면은 대사 몇 마디가 끝이었고, 교장을 엿 먹이는 장면도 기대 이하. 코너의 가족 문제도 엄청 큰일처럼 보였는데 결국 밴드와 라피나 때문에 뒷전이 됐다. 코너 형 개인적 문제도 다룰랑 말랑하다가 끝난 느낌이었고. 무튼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잘 회수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음악 영화라는 장르만 믿고 조금 나태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