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윤
2026.08.31
퍼스트 카우
켈리 라이카트의 서부극은 항상 전형적인 문법을 뒤집는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믹의 지름길>에서는 멀리서 관찰하는 여성의 시점에서 바라본 서부극이였으며, <퍼스트 카우>는 하층 노동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서부극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부극의 장르적 재미와 문법, 예를 들어 남성 지도자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총을 멋지게 쏘는, 그런 이야기도 물론 재미있지만 라이카트의 서부극은 그 공동체의 평범한 한 사람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멋있는 영웅은 극소수일 뿐, 대부분은 소수의 리더를 따르며 각자의 자리에서 소박히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라이카트는 그러한 사람들을 주목합니다. 그들의 삶은 대체로 평온하며 천천히 흐르는 자연처럼 무던히 지나가며 그렇게 죽었을 것입니다. 라이카트의 연출 또한 그렇습니다. 4:3 화면비 속에서 흘러가는 롱테이크의 자연들은 분명 정적이지만,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특히나 인물들의 노동 시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을 머무르게 한다는 점은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무게를 느끼게 했습니다. 또 이 영화의 구조 또한 그렇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유해를 보여주며, 그 유해가 이끄는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게 되며, 그들의 마무리까지 함께하게 됩니다. 이러한 죽음-생명-죽음 구조는 우리가 영화를 통해 본 이러한 이야기들이 과거에 분명 존재하던 보편적인 이야기들이며, 우리는 마치 유물을 발굴하듯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들을 재발견하고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고 감정선을 만드는 것은 역시 쿠키와 킹 루의 우정이였습니다. 영화의 시작점에 나오는 "새에겐 둥지가, 거미에겐 거미줄이, 인간에겐 우정이" 라는 문구처럼, 그 둘은 서로 보완적이며 필요한 관계처럼 느껴집니다. 쿠키의 기술적 능력과 킹 루의 사업적 능력은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며, 두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를 봐도 그렇습니다. 그들의 소소한 대화와 거창한 꿈을 생생히 들으며, 그들의 빵 장사를 보고 있으면 그들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쿠키와 킹 루의 우정과 특유의 생명력은 죽음-생명-죽음 구조를 단단히 받치는 기둥의 역할일 것입니다. 26.08.31 1회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