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방향감을 상실하고 길을 잃은 하이스트 영화

비독 - 파리의 황제 2020.09.17 방향감을 상실하고 길을 잃은 하이스트 영화 기름 같은 역사적 사실과 물 같은 이야기 결국 섞이지 못하고 역사적 사실 위에 이야기가 둥둥 떠다닌다. 역사적 사실의 내용을 강조하지도 않을 영화인 것을 굳이 초반에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장황하게 서술하고 관객들에게 주입하는 이 부분이 영화를 보는 처음에는 집중해서 읽게 되겠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온다면 의아해할 것이다. 무엇인가 중요한 정보(?)를 던져주더니 영화 내용은 그것과 섞일 수 없는 내용이니 이건 뭐…. 계륵도 아닌 것이 참 불편하기만 하다. 모든 사람이 ‘프랑수아 비독’이라는 인물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며, 프랑스 역사를 완전히 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주인공에 대한 배경설명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가 어디서 뭘 어떻게 해왔는지 또 무엇을 이루고 지금의 삶을 겪는 것인지 알려줘야 향후 영화가 풀어낸 이야기를 이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비독 – 파리의 황제>라는 작품은 그저 ‘비독’의 관점에서 바라본 프랑스의 어느 한 ‘시점’에 지나지 않을 만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장발장’, ‘뤼팽’, ‘셜록’의 모델일지도 모르는 ‘프랑수아 비독’이란 실존 인물에 대한 영화이기에 약간의 추리물 같은 느낌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특정 목적을 위해 작당 모의하는 전형적인 하이스트 영화를 보는 듯했다. ‘비독’을 제외한 조연들의 캐미를 잘 살리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그들이 스크린 위에서 갖는 밸런스와 묘사 그리고 서로의 캐미는 조율되지 않은 기타연주를 보는 듯 어딘가 엉성했으며, 이전에 많은 범죄 영화에서 누렸던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덕분에 그나마 익숙한 연출 속에서 영화를 이끌어 나아간다. 그저 인물의 서사를 조금 더 짜임새 있게 구축했다면, 조금은 만족스러운 작품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을 뒤로하고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