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blue
2020.09.26
부푼 마음, 포근한 아름다움
페르난도 보테로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다른 작가의 작품을 검색하다가 그의 1949년 작 <우는 여인>을 보았을 때다. 그 후 1998년에 그려진 동명의 작품을 또 보게 되었고, 두 작품의 틈은 내게 '보테로'라는 동명이인의 작가가 있는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 여러 전시에서 1998년 작처럼 뚜렷한 스타일을 가진 그의 작품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서, 1949년과 1998년 사이의 그 변화는 자연스레 잊혔다. 보테로는 끊임없이 연구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싶은 것에 대해서. 자신보다 앞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을 마음에 품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고, (운이 좋았다는 듯 웃으며 말하기도 하지만) 결국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를 증명이라도 하듯 마침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는 보테로의 오늘날 그 명성의 이유가 단순히 그의 작품 속 풍만한 캐릭터들의 일관성에만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던 기억, 자신의 조국에서 일어난 참사, 나아가 세계가 주목해야만 할 무참한 희생까지 모두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다. 슬픔도, 분노도, 절망도 모두 가만히 흘려보내지 않았고, 자신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힘껏 내질렀던 것이다. 그 묵직한 외침은 그림과 조각으로 남아 세계 곳곳에 자리 잡았으며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을 붙들었다. 그리고 나는, 잊고 있던 1949년과 1998년 작품 사이의 틈엔 그의 표현과 기록을 향한 열망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는 걸 깨달아 그가 지나온 시간에 절로 존경심이 들었다. 그는 살아있고, 작품 역시 계속될 것이다. 훗날 그가 떠난다 해도 한 개인의 삶과 국가의 역사가 깃든 그의 그림은 영원히 남아 또 다른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을 두드릴 것이다. 부푼 마음으로, 포근한 아름다움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