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BUS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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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스포일러 주의!

납득하기 어려운

평범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는 료타와 미도리는 어느 날 자신의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병원 측 실수로 다른 부부의 아이와 바뀐 것이다. 료타와 미도리는 친자식을 키운 부부를 만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며 교류하기 시작한다. 료타는 엘리트 코스를 착착 밟은 잘난 남편이다. 그래서 아들도 자기처럼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항상 이기길 바랐지만, 어쩐지 아들은 승부욕도 없고 별로 특출난 것 같지 않다. 그러다가 아들이 친자식이 아니란 걸 들었을 때 료타는 무의식적으로 "역시 그랬군"이라며 중얼거린다. 료타는 전형적인 가부장남이다. 아들을 자기 분신, 대를 이을 존재로 본다. 그래서 가뜩이나 자신과 다른 아들에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피조차 섞이지 않았다고 하니 점점 더 마음이 멀어진다. 그래서 친자식에겐 더 잘해주었느냐고? 딱히 그렇지도 않다. 료타네에 비해 가난하고 교양이 부족한 가정에서 자란 친아들도 료타에게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결국 친자식을 선택했고, 료타는 냉정하고 욕심 많은 아버지에서 정 많고 잘 놀아주는 아버지로 성장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난 여러 면에서 납득이 안 갔다. 일단 료타의 성장 계기가 조금 부족한 듯 보인다. 키우던 아들을 저쪽 집에 보내고 본인이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깨달으면서 친아들에게 더 잘해주게 된 건데(물론 이런저런 조언의 영향도 있었지만), 사람이 반성은 쉬어도 바뀌는 건 어렵다. 영화 속 여러 이야기들이 변화로 이끌기엔 좀 부족해 보인다. 하루아침에 새사람이 된 느낌. 그리고 이 사건에서 가장 고통받는 건 아이들이다. 갑자기 부모가 내 부모가 아니었고, 갑자기 남의 집에서 살아야 한다니요? 내 부모형제들과 떨어져야 한다니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모든 초점은 료타에게 맞춰져 있다. 이 일들을 통해 료타가 성장하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영화가 료타의 성장을 위해 주변 인물을 단순 소재화 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찝찝했다. 보통 성장 영화라 하면 주인공이 무언갈 극복한다는 게 가장 큰 틀인데, 여기서 극복하고 있는 건 아이들이고 료타는 내내 독선적인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엄마들도 존재감이 없긴 마찬가지다. 이걸 보면서 예능 <미우새>에 어떤 출연자가 한 말이 생각났다. "아빠가 한 게 뭐 있어, 옆에서 기분만 냈지." 부성애와 모성애를 비교하려는 건 아니지만, 직접 자식을 낳고 몇 년 동안 육아만 하며(아내 미도리는 아이 출산과 함께 커리어도 끊겼다) 아이와 정을 쌓은 건 엄마인데, 엄마들의 고통은 온데간데 없고 심지어 자식에 대한 결정권조차 없다. 병원 소송 과정에서 "엄마라면 알아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미친 소리까지 들으며 아빠는 느끼지도 않는 죄책감까지 안고 살아간다. 이 영화 자체가 료타처럼 매우 무심하다. 고 감독이 가족의 성질에 대해선 많은 생각을 했을지라도 가부장제가 심한 일본의 영향을 벗어나진 못한 것 같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