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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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3

이기적인 치유, 상실감에서 벗어나려는 애처로운 발버둥

상실감 앞에서 인간은 때때로 이기적이 된다. 당장 나의 하루를 살아야 하고, 다가오는 내일을 버텨야 하니까. 영화 <케이크메이커>는 어쩌면, 남겨진 자의 이기적인 치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를 탓하고 싶진 않다. 온통 생생한 애정으로 가득하던 날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이가 무엇을 더 생각할 수 있었을까, 무엇을 더 바라볼 수 있었을까 싶어서. 아나트와 토마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누군가는 그를 내쫓은 후 괴로운 시간을, 누군가는 그를 기다리며 애틋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각자 다른 시간에 머문 뒤 찾아온 건, 조금 닮은 구석이 있는 상실감이었다. 둘은 다른 공간에서 같은 눈을 바라보았고, 같은 이를 열렬히 사랑했다. 이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조금은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그 뒷이야기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저 느릿느릿, 묵묵하게. 이 시선은 달콤한 케이크보단 공들여 빚어내는 반죽의 상태에 가깝다. 우리가 이 이상한 관계를 바라본 뒤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고, 그래서 조금은 슬픈 것도 같은 이유는 바로 그 뭉근한 시선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성 정체성, 다른 나라,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등 너무나도 극명히 다른 이들의 모습에 가만히 시선을 두면서도 데칼코마니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마치 열렬한 사랑을 잃은 자들은 모두 조금씩 닮은 구석이 있다는 듯. 그래서 자꾸만 그 이기적인 선택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상실감에서 벗어나려는, 그 조용한 발버둥을 말이다. 당장 비어버린 옆자리를 채우기 바빴던 그들은 결국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온다. 두 번의 다른 폭풍을 연달아 겪었지만, 그들이 한결 더 편해 보이는 이유는 기어이 상처를 마주하고 앓았기 때문이 아닐까. 미움, 원망, 분노, 외로움을 모두 조금씩 맛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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