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청훈
2020.11.21
수미쌍관을 기본으로 한 스릴러의 습작
런(RUN) 2020.11.20. 수미쌍관을 기본으로 한 스릴러의 습작 영화 [RUN]은 ‘아니쉬 차칸티’감독의 필살기는 아닌가 보다. 어쩌면 스릴러의 습작처럼 보이는 기본 베이스에 중점을 두고 이전 작품 [서치]의 이스터에그와 기교를 곁들인 작품정도로 볼 수 있다. “어이 차칸티 첫 장 부터 장난질이냐?” 진짜 정말로 짓궂다. 영화의 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예리한 사람들은 이미 후반부까지 혹은 그 이전까지의 과정을 대략 유추할 수 있는 아주 커다란 복선(빅엿)을 대놓고 스크린에 보여준 다음 마치 그런 적은 없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감독의 의도대로 서사를 이어나간다. 이 역시 영화 [서치]에서 사용하던 그 수법과 다를 게 없다. 이번 작품 필살기는 아닌 모양인지 모험적인 도전보단 다소 안정적인 소재를 통해 자신의 실력에 대한 기복을 감추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지만, 같은 재료의 음식이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이제는 아주 새롭지 못한 소재가 되어버린 어긋난 모성애라는 소재를 갖고 강렬하면서도 짧은 스릴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감독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버린 셈이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아니쉬 차칸티’라는 감독의 후속작이라는 그 기대감만으로는 많은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이전 작품의 큰 모험에 대답이라도 해줄 만큼 독특한 영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치]에서 보여준 기교를 전반적으로 이용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이전에 나온 스릴러 영화들과 크게 다를바 없는 플롯을 보이기에 영화의 초중반에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예측가능한 불순한 결과들이 차례 차례 등장하기 때문이다. 결말까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단순한 서사이지만 그 기승전결의 과정이 마음에 든다. 한정된 공간과 단조로운 다소 정적인 느낌의 영상을 사용하면서도 적재적소에 들어간 음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그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그로 인하여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조차 자신의 생사를 걸고 기어가는 클로이의 장면이 보는 이들을 아주 압박하고 몰입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사라 폴슨’배우의 연기력이야 이미 괴랄하기로 소문난 맛집같은 배우이기에 그렇다 하겠지만, 그녀의 존재감에 과감히 맞서 스크린을 장악하는 ‘키에라 앨런’이라는 배우가 너무 소름돋는 연기를 선보여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보여준 연기가 이미 관객들을 압도하며 몰입시키고 있었음을 영화를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색에 대한 대비를 주로 다루는 연출들이 참 머리 아프게 만들었다. 도대체 굳이 이 장면에서 저 색에 대한 강조를 해야 했나? 그 색들이 의미하는 감정과 심리적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함 덕분에 머리가 진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회전한다. 굳이 프라이팬 위에 올려져 있는 파프리카까지 신경을 쓰며 보고 싶진 않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감독님의 연출이 참 머리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