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blue
2020.12.01
시린 눈을 크게 뜨고
영화 <더스트맨>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 어쩌면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않는' 것들을 바라본다. 시린 눈을 크게 뜨고, 부유하는 것들을 가만히 따라간다. 누군가에겐 깊숙이 쌓여온 죄책감일 수도, 누군가에겐 미래에 대한 거대한 막막함일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한낱 먼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것을 지나치지 않고, 모른 척하지 않고 들여다본다는 사실이다. 태산에겐 오래 앓아온 상처가 있다. 너무 꽁꽁 숨긴 채 오래 간직한 나머지 그 위에 먼지가 쌓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려 할수록 그 먼지들이 상처를 덧나게 만든다. 무심하게 툭툭 털어내자니 먼지가 이미 두껍게 쌓여 달라붙었다. 영화는 그런 태산에게 '그림'을 쥐여준다. 날카로운 칼은 이제 그만 내려두고,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라는 듯. 그런 그의 옆에 어둠 사이로 들어오는 빛 같은 모아를 두고, 조금씩 그를 일으켜 세운다. 영화의 이런 손길이 좋다. 세밀한 그림을 그려나가듯, 태산과 모아가 각자의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사려 깊다. 누구나 먼지 쌓인 구석을 가지고 있다고, 쉽게 털어버릴 수 없다면 오래도록 바라보고 그 위에 입혀질 아름다운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토닥이며 위로한다. 섬세하게 새겨지는 더스트아트와 함께. 어차피 사라지고 흩어질 그림이지만, 머무는 시간만큼은 누군가에겐 충분한 존재다. 이제 태산은 살아있다는 죄책감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을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