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상이라는 낯선 단어를 마주하다.

소울 2021.01.20. 일상이라는 낯선 단어를 마주하다. [소울]을 관람하며 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하자면, 딱 그런 느낌이다. [인사이드 아웃] 그리고 [코코] 그 사이 어딘가 경계에서 튀어나온 그런 느낌 말이다. 영화를 만든 감독님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어쩌면 필연적인 익숙한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무엇인가 결여된 느낌이다.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말이다. - Catch -22 느껴보지도 못하고 그저 간접적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다른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그대는 당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부딪힐 수 있는가?? [소울]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하여 강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두려움을 열정으로 환원시키는가 하면,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세상을 하찮게 바라보며 어두워져 가는 사람들에겐 변칙적인 연출을 통해 새로움을 선사한다. 저들이 하찮다고 생각했던 이 보잘것없는 일상에 소중한 의미라는 좌석을 기꺼이 몇 개 마련해준다. - Feel [인사이드 아웃] / [코코]의 장단점을 모두 물려받은 작품이다. 저 둘 사이에 태어난 자식 같은 작품이기에 이번 캐릭터와 세계관의 신선함은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조금은 떨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시선을 선보인다. 다소 동화 같은 순수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깊은 내면의 세계를 밖으로 끌어올리는 시추작업을 이 영화는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사고를 겪은 ‘조 가드너’가 자신의 육체로 돌아가기 위해 영혼-22와 고군분투하는 그런 리드미컬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품을 바라보는 나는 숙연해지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있었다. 무작정 동심의 세계를 구경하며 장난감이나 감정 같은 다른 차원의 존재가 의인화되어 바라보는 시선으로 동일하게 작품을 바라볼 수 없었다. 특정 시점을 지나 영화를 관람하던 사람은 자신의 삶과 작품의 이야기를 오버랩하며 흐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하루를 살아보고 다시 그날의 시작으로 돌아가 똑같은 하루를 보다 자세하게 관찰한다면 어떨까? 나의 일상이지만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면 낯설진 않을까?? [어바웃 타임]에서나 봤을 그런 문장이다. [소울] 역시 그런 의미를 둔 작품으로 보인다. 최근의 기억조차도 멋대로 쓰기 편하게 왜곡하여 머릿속 해마 어딘가에 저장하는 이기적인 생물이 바로 사람이다. 어제 먹은 식빵이 옥수수식빵이지만 내 머릿속엔 어떤 이유에 따라 우유 식빵으로 기억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기억하고 있던 나의 일상을 다시 한번 경험해본다면 얼마나 낯설고 새롭고 아름다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의 방향성을 ‘존 가드너’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메시지는 전달하지 않는다. 당신의 지금 그 삶이 올바른 삶인지 아닌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든 선택은 관객에게 맡긴 채 관객 모두의 삶을 응원하며 안아주기만 한다. ‘멘토’로 보이던 [소울]이 어느새 ‘방관자’가 되어 의미 없는 교훈과 훈수를 던지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일상에 대한 찬사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각박한 현실에 대해 도피를 하게 만드는 작품이라 느껴졌다. - Unusual 현대 과학자의 일부는 말한다. ”이 세상은 사실 한 종류의 ‘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진동하는지에 따라 물질이 종류가 결정되며 우리는 그것의 지배를 받는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소울]에 등장하는 ‘제리’ / ‘테리’는 작품에서 아주 잠깐동안 나오지만 ‘진동하는 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주의 영혼을 관리하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그들은 멋대로 영혼에 인격을 부여하며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된 영혼을 세계 건너편으로 보낸다. 우연일 수 있겠으나, 디즈니와 픽사는 영적인 존재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 약간의 과학적 이론을 접합시켜 보다 새롭고 독특한 형태를 구축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Technique 픽사의 기술력은 어디가 한계일까? 재작년 토이 스토리 4를 관람하며 경악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은 어디까지 그려내야 만족할까?” 내가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단 2년 만에 잔혹할 만큼이나 정교하고 미친 퀄리티의 영상미를 [소울]에서 뽑아내고 있었다. 뉴욕시의 풍경이 보이는 장면과 단풍나무 씨앗이 하강하는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이건 실사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요컨대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묘사가 아닌가 싶다. 가장 현실에 밀접한 이야기와 그림을 선사하며 더욱 강한 스파크를 가슴속에 터트린다. 아직 일반관에서 관람하지 못하였기에, 돌비와 일반관의 차이점을 자세하게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소울]은 그 어떤 영화보다 ‘돌비’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고 감히 단정 지을 수 있겠다. ‘존 가드너’의 첫 사후세계 입장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야말로 흑백의 대비가 극대화된 장면 이보다 더 또렷하게 흑과 백을 구분하여 한 플롯에 담아낼 수 있을까?? 거기에 맞춰 삼원색으로 산란되어 사라지는 저 뒤편의 미세한 색감마저 포인트를 두며 그저 한 없이 아름다웠다. 전체적으로 밝고 화사한 색상과 재즈의 조화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그와 더불어 ‘음향의 입체화’라는 표현이 적절하리만큼 주변에서 몸을 휘감는 듯한 방식의 음악과 주변의 소음이 재즈의 음색을 한 층 더 띄워주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