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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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2

가려진 진실을 들여다보는 영화.

<모리타니안>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그 테러의 충격에 가려진 무자비한 폭력의 이면을 들추려 노력한다. ‘억울하다’는 표현으로는 한참 부족해 보이는 실화를 다루는 영화인 데다 고문 장면의 적나라한 묘사가 담겨, 보는 내내 얼얼한 느낌을 잠재울 수 없었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자행되고 있을 비슷한 모양의 일들을 똑바로 바라봐달라는 일종의 편지 같기도 하다. 좁은 방에 갇혀 숫자로 불리는 삶을 보면서, 이름을 되찾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분노를 쏟아낼 곳을 찾던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게 맞아떨어지는 바람에 수년간 잃은 그의 이름. 그 이름은 오랜 시간을 힘겹게 돌고 돌아 다시 불리게 되지만, 자그마치 몇만 페이지에 새겨진 숫자의 흔적은 영영 지울 수 없을 테다. 자신의 이름이 온전하게, 마음을 담아 불리는 곳에서 사랑을 만나고 행복을 되찾았지만, 억겁의 고통이 새겨진 페이지는 여전히 ‘증거’라는 이름으로 들먹여지며 누군가에게 다시 들고 일어설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씩씩한 미소로,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던 실제 슬라히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일은 어떤 고통의 기억보다도 더한 자유를, 더한 용서의 마음을 안겨주는 일임을 감히 짐작하게 되었다. 완전무결하진 못할지라도 그 누구보다 고결한 태도로 자신의 믿음을 지켜가던 슬라히, 그리고 누가 뭐라 하든 자신의 신념을 따르며 누구보다 신중히 그의 손을 잡던 낸시. 모든 게 자꾸만 가려진대도 그 너머의 진실을 말하고, 들으려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읽혀야 한다. 이 편지의 수신인인 우리는 이제 검정 펜이 그어진, 있는 그대로의 상태만을 바라보기보다, 검정 펜 너머의 진실을 자꾸만 읽어보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철저히 영화 속 테리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의 감정에 동요되면서도 끝내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던. 이윽고 등장한 종이 하나로 완벽하게 증명이라도 받아낸 듯 굴었다. 낙인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내게 ‘누군가가 아무나가 되는’ 순간은 이리도 쉬워서, 한참을 부끄러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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