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플레
드플레
2021.03.31
<소울(Soul)> (피트 닥터, 2020)
매번 알면서도 픽사의 교묘한 설계에 홀딱 속아넘어간다. 웬만해선 정서적으로 흔들리는 편이 아닌데, 감정이입하기 좋은 인물이 있어서 그랬는지 주책맞게도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비록 연출 상의 상투적인 포인트가 종종 있었지만, 인생 전체를 가늠하고 재단하기보단 순간에 몰두하는 나 자신을 긍정하고자 하는 내 인생 가치관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꽤나 있었기에 참 인상 깊게 느껴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맹목적으로 사소한 일상만을 예찬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든, 기쁘든 슬프든 화가 나든 허무하든 간에 그 순간을 버텨내는 자신을 스스로 직시할 수 있는가를 논하고 있다. 인간이 온전히 감각, 수용하기 어려운 형이상학적 세계를 재치 있게 구현하려는 시도가 참 흥미롭다. 이건 분명히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들이고, 실사 영화에서 아무리 특수 효과와 그래픽을 동원하더라도 넘보기 힘든 영역이다. 무아지경, 황홀경의 묘사도 묘한 매력이 있다. 경계를 해체하는 지점이 아닌가. 현실과 저 너머의 경계가 무너지는 영역이 서사적으로 유의미하게 기능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