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단백석
2021.05.27
혼자 못 사는 사람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주인공 진아는 카드사 콜센터의 인바운드 상담원으로, 까다로운 고객도 노련하게 응대하는 우수인력입니다. 그런데 껄끄러운 관계인 아버지가 의심스러운 상속에 동의를 요구할 때도 무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이르면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진아에게선 노련함과 무감함, 일터와 일상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신 홈캠의 메모리를 몰래 회수하며 의뭉스러운 면을 내보이네요. 어머니의 마지막을 계속해서 돌려보면서도 집을 나서면 언제나처럼 하루를 보내는 진아. 그에게 새로운 이별과 만남이 찾아옵니다. 도색잡지에 파묻혀 죽은 이웃과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하는 신입 상담원은 전혀 다르면서도 관계의 안온함에 매달린다는 점에서 비슷한데요. 이들과의 충돌은 고요히 살아가던 진아에게 파문을 일으켜요. 게다가 수발들 사람 운운하며 집요하게 연락하는 아버지까지 속을 긁으니 점차 진폭이 커집니다. 성훈의 등장은 전환점입니다. 이상할 정도로 싸고 괜찮은 집에는 꼭 문제가 있지요. 귀신들린 집이라고 겁박하며 내심 새 이웃이 생기지 않길 바란 진아지만, 기어코 시끌벅적하게도 이사를 오네요. 둘은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대조되는데, 그중에서도 어떤 이를 대하는 방식이 가장 결정적입니다. 매일, 심지어 죽은 뒤에까지 마주쳤음에도 외면한 진아와 일면식도 없는 그를 위해 제사를 지내겠다는 성훈. 『혼자 사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이 대비에서 나와요. 하지만 메시지를 위해 관계를 너무 납작하게만 형성한 감이 있어요. 출근할 때마다 복도에서 담배를 태우는 이웃을 볼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불쾌감일 테고, 나아가 “인사 좀 해주지.” 같은 말을 꺼내기까지 하면 그저 위협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사회 초년생이라지만 마치 임프린팅된 아기 새처럼 구는 수진, 장르를 착각하게 만드는 아버지와의 홈캠 서스펜스도 마찬가지예요. 화면으로 보여준 건 많은데 정작 서사에 담아낸 건 단출해서 괴리감이 솟아납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위로를 전하는 영화일까요? 글쎄요, 저는 이 이야기에서 어떤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형태만이라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어물쩍 관계의 잔해를 미뤄놓다 보니, 오히려 혼자 못 사는 사람이라는 거대한 무력감만 남아버렸어요. 물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진정한 의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성립하기 어렵겠지요. 그런데 혼자 사는 사람들이 이를 부정하는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섞여버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