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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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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6
검붉은 세계관은 유려하게, 나아가는 여정은 무료하게
악(惡)은 존재하는가. 보통은 기독교식 이분법 논리가 우리의 보통 관념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정말 보통은 존재한다고 믿겠다. 반면 불교에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했다.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악으로 표현되는 것이라 하여, 얼마든지 뒤집거나 뒤집힐 수 있는, 영원하지 않은 성질이라 보았다. 때문에 악은 단순히 처단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교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교화가 될 대상으로 치부되며, 궁극적으로 그 과정은 성질의 반전이라는 도달점까지 이어질 고행과 다름없다. 극 중 지옥을 종점으로 삼는 눈들의 조그레스를 막기 위하여 펼쳐지는 대항의 깃발이, 악의 완전한 파기에 중점을 두지 않는 이유도 같은 이치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징검다리를 끊어버리는 방법밖엔 없을뿐더러, 애초에 눈들은 삭제되지 않는 존재로 정의된다. 교화의 의미 또한 사주를 따라가는 운명의 전개와 부대껴 하나하나 증발되는 마무리로 나타나는 게 무척 꽁기꽁기하다. 아울러 아직 완전히 다져지지 않은 장르이자 소재를 다루는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그 시도를 무색케 하는, 상쇄가 어려울 정도의 여로를 마주할 때면 그저 아쉽고도 아쉽다. 검붉은 세계관은 유려하나, 나아가는 여정은 무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