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트립 투 그리스(The Trip to Greece)> (마이클 윈터버텀, 2020)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두 남자의 대화, 레스토랑의 고급스러운 음식들, 따사로운 그리스의 풍광들이 계속해서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트립>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데, 내겐 이 영화가 <트립> 시리즈의 첫 관문이다. 이 영화는 50대 중년 남자들의 대화를 경유하면서 삶의 철학이나 얕은 곁가지 교양들, 일상의 소재들을 담아낸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두 남자의 서사가 대비된다는 점이 영화에 나름대로의 텐션을 부여한다. 스티브의 서사가 강조되는 지점이 몇 군데 있다. 악몽 속에서 아버지를 접한 그에게 이번 여행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유쾌하게 농담을 던져왔던 친구 롭은 스티브가 급하게 떠나자 때맞춰 오기로 한 아내와 함께 그리스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가벼운 스몰 토크가 지배하던 영화의 초반부는 후반부에 이르러 어딘가 진중한 무게감을 살리면서 여행이 곧 인생과 맞닿아 있음을 넌지시 드러낸다. 아름다운 이국의 땅에서, 마냥 휴식과 대화로만 채워질 수 없는 짙은 무게감이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