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신익
2021.08.02
생존이라는 하나의 화두로 올곧게 나아가는
드디어 개봉을 했다. 작년 여름 개봉을 예정했던 <모가디슈>는 독특한 소재와 화려한 출연진, 그리고 류승완 감독의 복귀작으로 일찍이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코로나로 개봉을 1년 가까이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모가디슈>는 마냥 기대만 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바로 류승완 감독의 직전 작품, <군함도> 때문이었다. 충무로의 액션 키드라는 별명답게 패기로운 구성과 과감한 연출로 영화 팬들의 지지를 받던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가 다루는 역사적인 면과 영화 자체의 완성도 면에서 모두 비판을 받으며 관객들을 실망시켰다. 이번 <모가디슈> 역시 거대한 규모, 실화 기반의 탈출극이라는 점에서 전작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었고 그에 따라 당연히 걱정이 따라왔다. 하지만 <군함도>가 류승완 감독에게 값비싼 수업이었던 것일까, <모가디슈>는 <군함도>에서 보였던 단점들을 모두 제거한, 본연의 목적으로 올곧게 나아가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잔가지가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러 가지 서브플롯이 있지만 이것들을 인물들의 생존이라는 큰 화두 안에서 작용하도록 구성됐다. 예를 들면 남한 대사관에서 북한 사람들을 받아주는 경과를 보면 자신들의 생존과 외교관으로서의 성취 양쪽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어지는 남한의 강 참사관[조인성 분]과 북한의 태 참사관[구교환 분]이 벌이는 갈등까지, 사상전의 양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지만 영화는 이를 생존에 방해되는 요소로 두고 중재를 하거나 합의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이 갈등의 원인이 되는 전향은 이후 남한의 한 대사[김윤석 분]가 북한 사람들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영화 결말 역시 남북의 관계를 과하게 드러내기보다 함께 죽을 고생을 한 사람끼리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담백하게 드러내는 정도로 마무리한다. 남북이 협력해 살아남는다는 설정 자체가 민족주의적인 메시지로 빠져들기 쉽고 실제 이러한 부분을 자극하는 갈등이 종종 등장하지만 영화는 이 요소들이 메시지로서의 기능을 하기보다는 영화의 상황 안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 결과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 속 남북의 인물들이 느끼는 유대감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고 그럴만한 상황으로 느껴진다. 정리하자면 <모가디슈>는 다른 길로 빠질 여지가 많은 작품임에도 탈출극의 형식 안에서 일관성과 완결성을 아주 잘 지킨 작품이었다. 장르적인 구현 역시 뛰어나다. 비무장 상태로 반군의 눈을 피해 탈출해야 한다는 설정을 적극 활용해 연출된 장면들은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북한 사람들이 중국 대사관으로 이동하는 장면에서 총을 든 아이들에게 위협을 받는 장면은 이미지 그 자체로 공포감을 유발하고, 한국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한 대사와 강 참사관의 현실적이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군이 코앞까지 와 북한 사람들을 위협하는 등 다방면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해낸다. 후반부에 주로 등장하는 카 체이싱 장면들 역시 액션으로서의 쾌감보다는 비무장 상태로 도망을 쳐야 한다는 긴장감을 아주 잘 살렸다. 화려한 스턴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면 구성과 편집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음향 면에서도 총성이 살벌하게(!) 들리는 등 단순히 보고 들으며 즐기기 위한 영화로서도 <모가디슈>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군함도>는 역사적 의의가 두드러지고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등장해 영화의 기본적인 완성도와 재미가 아쉬운 작품이었다면 <모가디슈>는 반대로 영화의 기본적인 구성에 착실히 집중하여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함도>가 류승완 감독에게 비싼 수업이 아닌가 생각했다. <모가디슈>는 <군함도>와 비슷하게 거대한 규모의 블록버스터에 실화를 바탕으로, 역사적인 의의를 강조하기 좋은 소재의 작품이었는데도 그 이야기의 맛을 살리면서 동시에 장르적인 재미까지 더하는데 성공했다. 장편 데뷔를 기준으로 20년이 더 된 류승완 감독이 아직도 발전하고 있구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