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작가감독 호세 루이스 게린은 20세기 초엽 흑백 무성영화의 매혹에 이끌린 채 21세기에는 거의 사라진 낭만적 환상이 담긴 신비한 다큐멘터리를 상상해냈다. <실비아의 도시에서 찍은 사진들>은 제목대로 어느 도시에서 찍은 스틸 사진 위에 화자인 ‘나’(감독일까?)의 이야기가 자막으로 얹혀진 흑백 무 성영화다. 그는22년 전 스트라스부르 어느 카페에서 만난 실비아를 찾아 이 도시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특유의 예술적 감식안으로 이 도시와 얼굴에서 아름 다움을 발견한다. 형식적으로 크리스 마르케의 <환송대>(1962)와 유사하고 심리적으로 히치콕의 <현기증>(1958)을 환기시키는 영화는 지난 세기 도시 교향곡 같기도 하고 현 세기 에세이 영화 같기도 하다. 픽션의 충동을 순수한 감각으로 옮겨낸 원초적 소품이자 눈부신 얼굴들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