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세르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에서 친러시아 반군에 의해 납치되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온갖 고문과 살육을 목격하게 된다. 지옥에서 돌아온 세르히는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 서서히 제자리를 되찾지만, 어느 날 그의 아파트 창문으로 날아든 비둘기로 인해 잊을 수 없는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난다. 발렌틴 바시야노비치 감독은 카메라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정적인 샷과 암울한 미장센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베니스 오리종티상을 수상한 전작 <아틀란티스>(2019)와 마찬가지로 <리플렉션>은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돈바스 전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그래서 주인공이 돌아온 느긋한 일상에서 오히려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강렬한 반전 주제를 품고 있는 시의성 넘치는 영화지만 인간미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