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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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라이츠 지수 93.8% (5603명 평가)

별점 4.0/5 (434건 리뷰)

시청 정보 업데이트: 2026년 10월 22일

덩케르크
덩케르크
12+
·2017
·영화
·106분
·서사/드라마
, 액션

93.8

%

·

기본정보

해변: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기의 일주일. 바다: 군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항해하는 하루. 하늘: 적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임무, 남은 연료로 비행이 가능한 한 시간.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상륙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들판에서 싸우고 시가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출연진/제작진

리뷰 & 평점

4.0

리뷰 평점

92%

로튼토마토

7.8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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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실패에 관한 이야기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런)는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1940년 5월 연합군 40만명이 프랑스 덩케르크 해변에서 독일군에 의해 고립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사건을 흔히 '덩케르크 철수 작전'으로 그럴싸하게 명명하지만, 철수는 사실상 전투에서 진 것을 의미한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이건 적과 싸우지 않고 도망친 역사다. 승리를 향한 의지는커녕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치는 한 병사의 모습이 담긴 오프닝 시퀀스는 상징적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이 실패를 체험하게 한다. IMAX·65㎜ 카메라를 활용한 압도적인 영상, 당시 실제로 쓰인 전투기를 사들일 정도로 컴퓨터그래픽을 최대한 억제한 집요한 연출, 106분 내내 온몸을 조여오는 듯한 음악과 음향. 두 시간이 안되는 시간에 잔교에서의 일주일, 바다의 하루, 하늘 위 한 시간을 모두 절절하게 느끼게 하는 경험이 '덩케르크'다. 그리고나면 질문 하나가 던져진다. '왜 이 처절한 패배를 경험해야 하는가.' 이 패배의 정체는 좌절에 휩싸인 덩케르크 해변의 공기다. 전투 결과는 이미 패배로 결정, 문제는 승패가 아니라 오직 생사다. '다크나이트' 시리즈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놀런의 전작은 화려함으로 꽉 차있었다. '덩케르크'는 반대다. 대사를 줄였고, 독일군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피도, 진한 전우애도, 현란한 전투 시퀀스도 없다. 이는 형식적 실험이라기보다는 고립된 이들이 느끼는 무력감을 정확하게 드러낸 표현에 가깝다. '덩케르크'는 절망의 끝으로 전진한다.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병사들에게 밑으로는 어뢰를, 위로는 폭격기를 선사한다. 이들을 돕기 위해 덩케르크 해변으로 향한 민간 선박에 탄 사람들에게는 예기치 못한 또 다른 고통을 안겨준다. 독일 전투기를 격퇴하기 위해 출발한 스핏파이어 세 기 중 두 기는 격추당했고, 나머지 한 기에는 연료가 없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포기하고 멈춰버리든지, 아니면 뭐가 됐든 끝까지 버텨보는 것이다. 이때 놀런 감독의 전작이 소환된다. '인터스텔라'는 "우린 답을 찾을 거야. 언제나 그랬듯이"라며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누구든 영웅이 될 수 있어. 소년의 어깨에 코트를 덮어주며 세상이 끝난 건 아니라고 다독이는 것처럼 사소한 일을 하는 사람도 영웅이지"라고 했다. 그의 영화들은 무작정 낙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쉽게 내던진 적이 없다. '덩케르크' 또한 그렇다. '덩케르크'에 없는 또 한 가지는 캐릭터다. '인터스텔라'와 '다크나이트'에는 각각 '쿠퍼'와 '배트맨'이라는 영웅이 있었다. 영웅 서사를 만들던 놀런 감독은 이번엔 '공동체 서사'로 나아간다. 카메라가 쫓는 건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러니까 '덩케르크'에는 주인공이 없는 게 아니라 공동체 자체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코트를 덮어주며 어깨를 다독이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이 움직임은 결국 작은 변화(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않게)를 이끈다. 이들의 행동은 인간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숭고한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판단 아래 행해진다. 토미는 우연히 자신과 긴 시간 함께한 국적 불명의 동료를 위험을 무릅쓰고 지키려 한다. 도슨은 언제라도 배를 돌려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파리어가 전투기를 퇴각했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었다. 그는 복귀할 연료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기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한 가지를 위해 모든 걸 걸었다. '덩케르크'는 전쟁을 통해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를 분출하는 대신 이 세계를 오래 지속 가능하게 하는 이상들을 단단히 새겨넣는다. 사령관은 부하들을 먼저 탈출시키고, 끝까지 남아 마지막까지 연합군의 귀향을 돕는 리더다. 도슨은 기성세대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세계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책임지고 희생할 준비가 된 어른이다. 피터는 살아남은 자의 희망을 지키고, 떠난 이의 넋을 기려 인간의 존엄을 지킬 줄 아는 청년이다. 누구도 군인을 비난하지 않고, 살아온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우리의 패배'를 함께 위로한다. 놀런의 새 영화는 갈수록 절망과 좌절의 크기를 키워가며 불화하는 세계를 향한 메시지다. 2014년 4월16일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또 큰 좌절을 겪은 우리를 위로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크든 작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모든 이에게 가닿을 수 있다. 놀런은 관객이 거대한 실패를 경험하게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이뤄낼 수 있는 작은 성공을 맛보게 해 미래를 향한 희망을 놓지 않게 한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피해를 최소화해 덩케르크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 연합군은 이를 발판 삼아 다시 한번 독일군에 맞섰고, 2차 세계 대전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덩케르크에서 기어코 살아남아 지켜내려 안간힘 쓴 그 작은 희망이 이 승리의 토양이 됐다. '덩케르크'는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이 실패에 한 단어가 더 붙어야 한다. 이건 성공한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글) 손정빈 기자

10

어제 저녁, 필자의 인생영화는 갱신됐다. 주변 가까운 친구들은 영화가 졸렸다고 했다. 심지어 자고 나온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사실 특별한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웬걸,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과 각본뿐만 아니라 한스 짐머의 음악까지, 영화 덕후인 필자를 자극하지 못하는 요소가 없었다. 이 영화를 보려고 살아왔나,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극장 밖으로 나오는 필자는 이 세상 누구보다 성공한 덕후였다. <미행>(1998)로 상업 장편에 데뷔한 놀란 감독은 이후 <메멘토>(2000), <인썸니아>(2002),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등 연출과 각본을 맡은 작품들이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그리고 있다. 특히 <덩케르크>는 그의 9번째 연출 ‧ 각본 작이며, 그의 필모에서는 첫 실화 작품이다. 놀란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오죽하면 CG랑 싸웠냐, 하는 소리도 있을 정도다.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위해 옥수수 밭을 경작했다거나 <다크 나이트>에서 대형 트럭을 뒤집고 병원을 폭파시키는 등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덩케르크>에서도 놀란 감독의 CG 혐오증은 계속되는데, 이번에는 2차 대전 당시 영국군의 전투기였던 스핏 파이어를 실제로 띄웠다. 스핏 파이어는 2인승인데 앞자리에 카메라를 두고 뒷자리에 배우를 태운 상태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덩케르크>에는 세 개의 공간, 시간 스케일이 존재한다. 잔교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 하루, 그리고 하늘에서 한 시간이다. 잔교에서의 주요 인물은 토미(핀 화이트헤드)다. 독일군의 기습에서 간신히 벗어난 토미는 덩케르크 해안에 도착한다. 퇴각에 성공하기까지 토미는 독일군의 폭격에 시달린다. 바다에서의 주요 인물은 도슨(마크 라이런스)과 피터(톰 글린 카니)다. 영국은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영국군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의 선박을 징발한다. 도슨은 선발된 선박의 선주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위해 선박을 징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해군이 실어달라고 한 구명조끼를 전부 싣고 직접 배를 몰아 출발한다. 바다에서의 하루는 도슨이 덩케르크로 향하는 여정을 다룬다. 마지막은 하늘에서의 한 시간이다. 하늘에서의 주요 인물은 파리어(톰 하디)다. 파리어는 영국이 덩케르크 해안 상공으로 보낸 스핏 파이어 3기의 파일럿이다. 파리어의 전투기는 첫 번째 교전에서 연료계가 고장이 난다. 남은 연료의 양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한된 연료를 가지고 영국군의 퇴각을 돕는 역할이다. 놀란 감독은 일주일, 하루, 한 시간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 스케일의 이야기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다가 후반 30분가량을 남겨두고 덩케르크 해안에서 합친다. 앞선 70분 동안 잔잔하게 그러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후반 30분 동안 참았던 아드레날린을 뿜어낸다. 치열한 전투와 전투가 끝난 후의 모습, 그리고 내레이션은 고조됐던 감정을 훌륭하게 갈무리한다. <덩케르크>는 대사가 거의 없다. 초반 10~20분 동안 나오는 대사라고는 토미의 “I’m English!”밖에 없다. <덩케르크>에서 놀란 감독은 대화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는 그 대사가 덩케르크 해안에 있는 영국군의 심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도 보이는군. 조국.”, “보인다고 갈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리고 무엇이 보이냐는 질문에 “조국!”이라고 대답하는 장면들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조차 소름이 돋게 만든다. 그 외에 토미의 “괜찮아요.”라든지, 영국에 도착한 군인들에게 건네는 한 시민의 “That’s enough!” 또한 장면을 떠올려 보면 명대사다. <덩케르크>의 별미는 한스 짐머의 음악이다.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한 한스 짐머는 그간 다소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느낌이 있었다. 본인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도 사람들은 본인을 칭송할 거라는, 일종의 실력에 대한 자신이자 오만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스스로의 한계를 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한스 짐머는 급박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사운드 위에 시계 초침소리를 얹었다. 결과는 성공적. 제법 피곤한 상태에서 극장에 방문한 필자가 음료를 마시는 것도 잊은 채 영화에 몰두하고 있었으니 말 다 했다. <덩케르크>는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전쟁 영화와 다르다. 어쩌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를 능가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필자에게는 인생영화다. <덩케르크>는 대사도 적고 인물도 적으며 교차편집으로 3개의 플롯을 동시에 보여준다. 심지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실화 기반 영화는 이야기의 드라마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많은 실화 기반 영화는 드라마를 구축하기 위해 불필요한 감정을 우겨넣곤 한다. 그러나 <덩케르크>에는 큰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사건들이 없다. 그야말로 불필요한 기름기를 쫙 뺀 스테이크 같다. 감정을 강요하지도 않고, 감정이 과잉되지도 않으며 연출이 각본을 망치지도 않고 각본이 연출의 발목을 잡지도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를 십분 활용하면서 동시에 배우들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놀라운 음악을 삽입하면서도 음악보다 상황이 기억에 남으며, 그래픽을 활용하지 않고도 그래픽 같은 화면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20년 놀란 영화의 정수만을 담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자신감이 넘치지만 경박하지 않게, 힘을 준 것 같지만 힘을 빼고 만들어낸 <덩케르크>는 실화를 신화로, 영화를 예술로 만들었다. 놀란의 자신감. 궁금하면 보시라! 평점은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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