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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Minari)

드라마 / 2019

개요
드라마, 미국,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3.03 개봉
감독
정이삭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S. 김
노엘 조
윌 패튼
스콧 헤이즈
시놉시스
줄거리 :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민간 한국 이민자 가족이 자신만의 농장을 만들기 시작한다.

1분 정보 : 조연으로 출연한 윤여정 배우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제78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 수상. 감독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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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리뷰
97

2021.02.18 11:51:09
인생은 미나리처럼
1. 한국인은 작은 땅덩어리에서 자라서 그런지 작은 것을 보는 일을 잘한다(농담이다). 작은 과녁을 보고 화살을 쏘고 작은 트랙에서 스케이트날을 찬다. 그리고 작은 병아리 똥구멍을 보고 암컷과 수컷을 감별한다. 한국의 병아리 감별사는 1960년대 중반 이후 잘 나가는 직업이었다. 당시에는 거리에서 흔치 않게 병아리 감별사 직업훈련학원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병아리 감별사 교육을 받으면 미국 취업문이 열린다. 1960년대의 삶이 어땠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전쟁이 끝나고 폐허 속에서 나라를 재건하면서 살기 위해 발버둥 쳤을 것이라 막연하게 추측해본다. 그래서 누군가는 영화 '국제시장'처럼 독일로 떠나 광부로, 간호사로 지냈다. 그리고 누군가는 유망한 직업인 병아리 감별사를 선택해 낯선 땅에 자리잡았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떠난 병아리 감별사 부부의 이야기다.

2. '미나리'의 배경은 1980년대 중반이다. 병아리 감별사 부부인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는 캘리포니아를 떠나 아칸소주로 이사를 온다. 이들에게는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이 있다. 제이콥은 숙련된 병아리 감별사지만 농장을 만들고 한국 채소를 가꿔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모니카는 그런 남편을 따라 이사했지만 도심과 먼 외딴 집에 마음이 편치 않다. 매일 출근해야 하는 제이콥과 모니카는 아이들을 집에 두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와 함께 살기로 한다. 낯선 한국 할머니의 등장에 데이빗은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심장이 약하고 허약한 데이빗은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하다. 데이빗과 순자는 갈등하면서 가까워진다.

3. '미나리'에서 의아한 지점은 병아리 감별사라는 직업이다. 당시 병아리 감별사는 꽤 잘 나가는 직업이었다. 병아리 감별사 김동일씨는 일주일에 4일만 일해도 직장 다니는 미국인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한국농정. 2016. 2. 28. '[그 시절 우리는 - 병아리 감별사②] 감별사 김 씨의 아메리칸 드림' 참조). 1968년 중앙일보 기사 '미국 가는 병아리감별사 모자'에는 병아리 감별사 황영호씨가 3년간 5만여달러를 벌었다는 내용이 있다. 1968년 환율로 따지면 약 1400만원이다. 제이콥과 모니카는 그런 고소득 직업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제이콥이 병아리 감별사들 중에서도 출중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제이콥은 현재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농장을 꾸리려는 꿈을 꾼다. 농장이 더 큰 수익을 내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제이콥은 가족과 함께 모험을 한다.

4. 병아리 감별사와 농장주의 차이는 무엇일까? 과거 론 하워드의 영화 '파 앤드 어웨이'에는 땅을 얻으려는 아일랜드인들이 등장한다. 제이콥이 땅을 일구려는 것은 낯선 땅에서 이방인이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미국인으로 자리잡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제이콥의 의도는 뜻밖의 난관에 부딪힌다. 이들은 어쩔 수 없는 동양인이며 아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정체성의 혼란은 할머니 때문에 더 커진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은 등장하지 않지만 땅은 쉽게 작물을 내어주지 않고 미국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바퀴가 달린 집은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이들의 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나리'는 내내 제이콥의 아메리칸 드림이 실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5. 뿌리 내리지 못한 제이콥의 가족에게 길을 제시한 건 할머니의 미나리였다. 할머니는 들판을 지나 나오는 개울가에 미나리를 심기로 한다. 미나리는 별 다른 돌봄이 없이도 햇살과 개울물을 머금고 잘 자란다. 실제 돌봄이 필요한 배추나 상추, 고추 등 채소에 비해 미나리는 들풀처럼 방치만 해도 충분히 뿌리내리고 자란다. 그러니깐 제이콥의 가족이 실패한 '미국 정착기'를 미나리가 해낸 것이다. 미나리는 제이콥과 무엇이 달랐을까? 미나리는 식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의지'가 없다. 주어진 환경에 정착하고 뿌리내려 때를 기다린다. 밭을 갈고 비닐을 덮고 물을 대고 모종을 심는 인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순리대로 따라간다. 제이콥의 가족이 가장 이상적으로 미국에 뿌리 내리는 길은 땅을 터전으로 삼는 게 아니라 병아리 감별사로 자리잡는 일이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 성공하는 일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성공하는 일을 해야 한다. 할머니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가족의 모습은 미나리처럼 바람에 몸을 맡기는 운명 공동체다. 정이삭 감독이 바라본 가족은 그런 모습이었다.

6. '미나리'는 놀라울 정도로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게 어떻게 미국인들에게 어필이 될 수 있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아버지 제이콥은 너무나 전형적인 20세기 한국의 아버지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이를 위한 자신의 비전이 확고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잘못에는 대단히 엄하다(심지어 그 엄한 모습도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다). 제이콥은 자신의 비전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가족(특히 아내)의 의사에 반하는 어려운 길을 간다. 이미 가족을 고생시키는 어려운 길에 들어섰음을 느꼈지만 약한 아버지가 될 수 없어서 끝까지 자신의 길을 고집한다. 모니카는 운명 공동체로서 어려움을 함께 할 각오가 됐지만 자신의 비전을 고집하는 제이콥 때문에 괴롭다. 가족을 책임져야 했고 방패막이가 돼야 했기 때문에 독단적 길을 갔던 20세기의 아버지가 제이콥에게 고스란히 투영된다.

7. 윤여정이 연기한 순자는 미국인들에게는 쇼킹한 할머니일 수 있다. 당장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를 예로 들어도 미국의 할머니와 한국의 할머니는 뭔가 다르다. 한국 관객에게 순자는 너무나 한국적인 할머니다. 딸의 집에 가면서 이것저것 싸오고 손자 입장에서는 적응 안되는 할머니의 사랑법을 보여준다. 순자는 손주들과 가까워지고 싶고 뭐든 퍼주고 싶고 딸과 사위에게는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전형적인 한국의 할머니다. '미나리'에서 윤여정이 다른 작품과 다른 특출난 연기를 했다는 인상을 받진 않는다. 윤여정은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대로 가장 윤여정스러운 연기를 했다. 그저 미국 관객들이 윤여정이라는 배우를 처음 봤을 뿐이다. '미나리'의 윤여정을 보고 깜짝 놀란 미국 관객들이 임상수나 김기영의 영화를 보면 까무러치지 않을까 싶다.

8. 한예리는 이 영화에서 대단한 서포터다.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빛나는 몇 개의 장면을 만들어내지만 이 영화는 그녀가 돋보여야 하는 작품이 아니다. 마치 20세기 한국의 어머니처럼 한발짝 뒤에 서서 조용히 내조하고 상대를 빛나게 해준다. 연기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상대를 빛나게 해주는 연기는 대단한 희생과 내공이 따를거라 생각한다.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른 배우다. 스티븐 연과 윤여정, 앨런 킴, 노엘 케이트 조 등 나머지 배우들이 모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빛날 수 있었던데는 조용히 그 뒤를 받치고 있던 한예리의 공이 크다. 이 대목은 일개 관객인 나보다 영화에 참여한 배우와 감독이 더 잘 알것이다.

9. 결론: 어릴때부터 미나리무침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알싸한 매운맛이 그리 편치 않았고 포만감과도 거리가 있어서 밥상에 미나리무침이 있으면 멀리 했다. '미나리'에는 미나리무침이 나오진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미나리무침이 먹고 싶어서 이마트와 반찬가게를 뒤졌다. 아쉽게도 미나리무침을 사지 못했고 심지어 마트에서 미나리도 구경 못했다. 최근에는 신촌의 유명한 칼국수집에서 미나리를 먹었다. 국물을 내는데 미나리를 활용했고 볶음밥에도 미나리를 넣었다. 알싸한 향이 다른 재료와 잘 어울렸다. 미나리는 여느 채소와 마찬가지로 메인 식재료는 아니다. 심지어 요즘은 반찬으로도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 그러나 미나리는 알싸한 맛 때문에 한번 먹으면 밥을 크게 한 숟갈 떠야 한다. 그리고 칼국수집에서는 미나리를 '무한리필'로 놔두고 국물과 볶음밥의 사이드 재료로 활용하도록 한다. 그러나 칼국수를 먹다 보면 나중에는 국물 잔뜩 머금은 미나리만 퍼먹게 된다. 미나리는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지만 나중에는 밥공기를 비우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칼국수를 먹을 때는 결국 주인공이 된다. 영화 '미나리'는 낯선 땅에서 자리 잡으려는 제이콥의 도전과 좌절이며 허약하게 태어난 데이빗이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의젓한 누나 앤과 조용하지만 강한 어머니, 희생하다 늙어버린 할머니가 있다. 이미 '힐빌리의 노래'에서부터 보여졌지만 '미나리' 역시 조용히 한 사내를 키운 여인들에게 헌사를 바친다. '어머니는 미나리와 같다'는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다른 건 몰라도 할머니는 분명 미나리와 같다.


추신1) '미나리'는 '힐빌리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가족제도 안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의 일부 관객이라면 이 같은 시스템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이삭 감독이나 J.D.반스나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보수적인 가족제도 안에서 성장했으며 그 안에서 헌신한 여인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현대의 여성상을 보고 싶다면 다른 영화를 보는 것이 좋다. 이들 영화는 '과거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추신2) 영화를 보는 내내 진심으로 궁금한 점: '회초리'가 영어로 뭘까? 미국 관객들은 저 회초리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회초리가 등장하고 무릎 꿇고 손 드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때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추신3) 영어 대사보다 한국어 대사가 더 많다. 한국영화 보는 심정으로 보러 가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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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 님의 리뷰
2020.10.27 06: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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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는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빗(앨런 킴)과 함께 도시에서 시골 아칸소로 이사 온다. 제이콥은 이 곳에서 미국에 이주해 오는 한국인들을 위한 한국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장을 시작하려 한다. 모니카는 그런 제이콥이 못마땅하지만 심장이 약한 데이빗을 돌보고 병아리 감별사 일을 본격적으로 배우며 생계를 꾸려 나간다. 그러던 중 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제이콥의 어머니 순자(윤여정)이 아칸소에 도착한다. <미나리>는 교포인 리 아이작 정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아들 데이빗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험난한 미국 생활을 이어가는, 마치 미나리처럼 어디서든 강인하게 자라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나리>는 사건으로 가득한 영화는 아니다. 이들이 제이콥의 가족은, 물론 인종차별적 언행을 듣긴 하지만, 인종차별적 폭력의 피해자이지도 않다. 제이콥은 지극히 동아시아적인 가부장이지만, 그가 행하는 폭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그저 "회초리 가져와"라는 대사 끝에 강아지풀을 꺾어 오는 데이빗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데이빗이기에, 영화는 이들이 겪었을 생존의 험난함과 폭력적이었을 상황들을 고스란히 담아내지 않는다. 대신 이 영화는 그러한 상황의 분위기, 그리고 처절한 실패를 담아낸다. <미나리>에서 주목해볼만한 것은 그 실패다. 이들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한국교회를 피해 도망친 이들이 모이는 시골에서 제이콥은 한국 농작물을 도시에 팔아 성공하려 한다. 그 꿈은 이 영화에서 그 누구보다 한국적인 이에 의해 저지된다. 착실한 아메리칸 드림의 예정된 붕괴를, 서로를 구원하고자 약속했지만 결국 뿌리에 발목잡힌 이들의 상황을, 이 영화는 보여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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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빈 님의 리뷰
2021.03.03 11: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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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미국 아칸소에서 땅을 사 농사를 지으려고 이주를 하게 된 한국계 가족에 대한 가족 드라마다. 선댄스에서 공개됐을 때부터 호평이 많았던 이 영화는 딱 한마디로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두 가지 플롯에서 전개된다. 첫번째는 앨런 김과 윤여정의 관계가 있다. 우선 앨런 김의 캐릭터는 아마 정이삭 감독의 아바타일 것이다. 영화는 꾸준히 그의 리액션 숏으로 컷을 하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그의 시점, 즉 감독이 아마 어릴적에 봤던 경험들과 기억들로 구성됐다고 하는 듯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빗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의 이야기가 감독에게 있어서는 조금 더 개인적일 것 같다. 데이빗의 이야기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다. 데이빗은 미국에서 자라고 한국어보단 영어가 편한 미국인 아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완전 한국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외할머니가 온다. 데이빗과 할머니의 갈등은 곧 미국과 한국 문화와 사고의 충돌이며, 영화의 이곳저곳에서 이는 이분법의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는 결국 한국인이 보기엔 한국인이 아니지만, 미국인들에게도 미국인으로 보여지지 않는 한국계 이민자, 좀 더 나아가 동양인, 유색인종 이민자가 겪는 정체성 혼란의 표현이다. 하지만 결국 데이빗의 여정은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찾아가는 과정, 즉 두 문화의 조화를 발견해가는 성장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영화의 제목과 이미지는 미국의 땅에 뿌리를 처음 내리는 한국의 줄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오랜 역사가 깃든 흙을 뚫으며 점점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가며 두 문화의 경계를 허물어냄으로써 이뤄낸 열매를 기념한다.

이에 연관하여 짚고 넘어야할 것은 이 영화가 아주 마냥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민자 이야기의 두번째 부분인 스티븐 연과 한예리의 이야기가 있다. 두 배우의 이야기는 여기서 데이빗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부분이 많으며, 결국 이는 이민자 2세가 기억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위험성에 대한 것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일종의 극적 긴장감이 있는 요소 중 하나는 이민은 과거의 모든 것을 청산하고 인생을 전부 올인하는 거대한 행위라는 것이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큰 결심을 하고 머나먼 타지로 왔지만, 그렇게 와서 결국 또 한번의 큰 결심을 강요받으며, 그 성공의 한방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리스크, 즉 "아메리칸 드림"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감정적 부담감과 위험은 스티븐 연과 한예리의 대화와 관계에서 굉장히 잘 표출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결국 영화는 그 꿈을 응원하는 희망적인 이야기로 귀결되며, "미나리"라는 제목과 소재와도 연결이 되며, 어떤 면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의 야망과 대비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요컨대, 영화는 이민자들의 고충과 땀을 기억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그럼에도 그들이 미국에서 그들이 원하던 삶을 찾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용적으로도 알차지만, 영화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시각적 연출은 애정과 부드러움으로 가득차있으며, 마치 아칸소 시골 햇볕이 계속해서 이 가족을 쓰다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여기에 에밀 모쎄리의 스코어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잘 돋구어주었다. 연기에 있어서는 정말 최고 수준의 앙상블 연기였으며, 아역배우인 앨런 김과 노엘 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중에서 가장 좋았던 연기는 한예리와 윤여정의 몫이었던 것 같다. 스티븐 연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결국 그의 억양이 옥에 티로 작용하긴 하는 것 같았다. '버닝'에서는 그 억양이 캐릭터와도 어울려서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민자 1세대를 연기하기 때문에 캐릭터와 잘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의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결말이 뭔가 시들시들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으며, 한 두 씬 정도 더 있었으면 더 깔끔하게 매듭을 지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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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겐 님의 리뷰
2021.06.11 00:26:40
시련을 이겨낸 그들은 결국 미나리처럼 꿋꿋하게 살아가겠지. 훌륭한 디테일 때문에 누군가에겐 특별한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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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님의 리뷰
2021.05.06 11:28:25
해는 다시 뜨고, 하루는 다시 시작되며, 가족은 계속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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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별 님의 리뷰
2021.03.08 13:36:46
끓어오르고 차오르고 타올라도, 다시 올라서는 우리에게
멸치 때문에 운다. 그리움과 아림으로 점철되는 향수가 제법 묵직하게 코끝을 건드린다. 분명한 타지지만 더이상 타지 정도로만 생각하기엔 꽤나 멀리 달려 나온 오늘, 현실의 걸음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기에 미지의 미래 맞이는 서늘할 만큼 더더욱 벅차 보인다.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은 이와 우리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접을 수 없는 이의 충돌은 어느 하나가 딱 정답이라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작복작한 이해의 실타래로 뭉쳐있다. 그 사이에서 배회하는 우리는 하루하루의 조각을 이어 붙여 서로를 듣고 맡고 음미하며 마주한다. 데이비사 데이비사 부르는 그 목소리와 이곳의 것이 아닌 그 향과 이슬물을 머금은 그 입가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시선의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부재의 실감은 크고, 무엇이 진정 소중한가 그 가치의 깨달음은 거대하다. 뛸 수 있어서 운다. 이제는 밖에서 더 넘쳐흐르는 물의 저변을 느끼며, 돌아 걷는 이들을 뒤따른다.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희망의 뿌리를 다시금 가다듬으며 우리에게, 따수운 바라봄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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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06:45:50
원더풀 미나리
미나리는 어디서든 잡초처럼 잘 자라서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아무나 따먹고 건강해질 수 있다. 세상이 너무 그렇지 않아 미안해지는 영화. 툭툭 건드리는 한국적인 정서에는 어쩔 수 없나보다. 원더풀 미나리!
+) 데이빗 뛰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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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 님의 리뷰
2021.08.12 01:07:06
결말을 위한 결말이라고 해야 할지, 이민자 감성의 결말이라고 해야할지, 어쨌든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래도 캐나다에 살았던 옛 시절이 떠오르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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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님의 리뷰
2021.05.12 15:14:26
인생이야기를 서술하는듯한 연출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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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 23:26:00
'원더풀 미나리' 미래로 나아가야 할 사랑의 언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다시 아칸소로. <미나리>는 한 가족의 이동과 함께 시작한다. 도착한 그들의 보금자리는 여전히 바퀴를 단 채로 정착하지 못한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듯이, 떠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어떤 위력에 휩쓸려 의지와 상관없이 쓸려갈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곳에서 제이콥이 하고자 하는 것은 정원이자 농장이다. 이 땅에 뿌리내리고 무엇인가를 길러내는 것. 그 결실을 먹이 삼아 그곳에서 살아내는 것이다. 원대한 포부와 간절한 바람과는 상관없이 검은 연기는 언제라도 쓸모 없어지면 폐기될 수밖에 없다는 불안을 재차 상기시키고, 불안은 불신을 먹이 삼아 점점 더 커진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다시 물러설 수도 없는 그들 앞에 할머니가 도착한다. 한 쪽 손에는 그리움을, 다른 손에는 낯섦을 든 채로. 한국 냄새를 잔뜩 이고 온 할머니는 '재밌다.'라는 한 마디로 모든 불안을 상쇄시켜버리는 힘을 가졌다.

제이콥과 모니카의 분투와 데이빗과 순자의 만남은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민자로서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과 낯선 사람과 가까워지는 과정은 한 지점에서 만나 가족 이야기가 된다. 연기처럼 종잡을 수 없는 불안들로 자꾸만 어긋날 때, 눈앞에 나타난 명백한 위기는 되레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된다. 화마 속에서 진정 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몸소 깨닫고, 한 쪽에서는 자신을 '스트롱 보이'로 명명해 준 사람을 붙잡기 위해 최초의 달리기를 한다. 그 밤 그들은 바닥에 머리를 맞대고 누워 잠을 잔다. 결국 한 장소에 정착하는 것은 한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일이다. 한국도 미국도, 도시도 시골도 아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매개로 정착하는 것. 서로의 보금자리가 되고 또 미나리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가족이 그토록 바라던 보여줘야 할 어떤 것과 지키고 싶은 어떤 것 사이에 있는 진심일 것이다.

모든 게 끝나는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그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제대로 된 위치를 찾기 위해 믿지 않았던 것을 믿고, 가보지 않은 곳을 가며 자기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다. 미나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려 연약해 보이지만, 단단하게 내린 뿌리를 알고 있다면 아름답다고 할 것이 분명한 존재. 정이삭 감독의 골든글로브 수상소감처럼 사랑의 언어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반드시 미래로 건너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영화는 가득하다.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사람이 아름다웠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시다리는 제이콥과 가족의 중심을 지키기 위해 양옆을, 아래와 위를 살피며 꼿꼿이 선 모니카. 여느 집의 첫째답게 하지만 아이답지 않게, 소리 없이 반듯하게 자라나는 앤. 이런저런 걱정과 사고를 일으키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족은 한곳에 모이게 하는 데이빗. 그리고 떡하니 나타나 마법처럼 무언가를 자라게 하고 낫게 하는 미나리 요정 순자. 주일마다 어깨에 십자기를 짊어진 채 땀을 흘리는, 가장 처음 이웃이 되는 폴까지. 누구 하나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모니카 역할의 한예리는 너무나 섬세한 표정과 몸짓으로 또 눈빛으로 영화 내내 빛난다. 꼿꼿하게 선 그의 모습에서 영화에서 굳이 말하지 않은 그의 희생과 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 윤여정 배우는 그가 탄 수 십 개의 상들이 무색하지 않을 연기를 보여준다. 앨런은 쉼 없이 귀엽다. 덕분에 영화관은 동시에 웃고 동시에 울었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하나가 되어 촬영했다는 비하인드가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다 함께 웃고 또 우는 경험을 했다. 동시에 감정이 터지는 순간, 순간들은 극장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확인은 단 하나의 불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 컴컴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는 이 영화는 <페어웰>의 '하!'하는 기합소리처럼 '작은 주문을 남긴다. "원더풀 미나리" 자주 바람에 흔들리더라도 함께라면 서로를 붙들고 어디든 뿌리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근거로 둔 주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과거로부터 왔고 반드시 미래로 갈 사랑의 언어. 발음까지 바람에 휘날리듯 부드러운 그 이름 미나리. <미나리>는 언제고 바람을 타고 올 그립고 낯선 향기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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