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writ
2019.11.17
시를 쓰고 읊는 남자의 낭만
<그림소담>이라는 책에 '학문의 도와 풍류의 도는 멀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풍류가 없다는 건... 그냥 멍 때리고 산다는게 아닐지. 그러면 지금 우리 때 과연 풍류란게 뭐냐...삼겹살에 쏘주 한 잔 걸치면서 이런저런 얘기에 웃고 떠들면서 그 날의 피로를 푸는 것도 이 시대 풍류라면 풍류겠다.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느끼는 풍류는 그것 보다는 바로 이런거였다. 이런 '느낌적인 느낌'을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발견할 줄은 몰랐다. 구스타브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창작한 시를 읽거나 또는 순간적인 감흥이 일어날 때마다 상황에 상관없이 짧게 즉흥시를 읊는 모습에서 내 마음에는 잔잔한 설레임이 일었다. 특히 아침 조회시간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지금도 호텔리어의 사무실은 겉보기와 다르게 초라한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그랬다. 좁은 공간에 아무렇게 놓인 청소도구며 조식을 눈 앞에 두고 서로 눈치를 보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예배하듯 시를 읽었다. 긴박하게 감옥을 탈출한 후에도 역시 즉흥시를 지어 읊었다. 영화 중간중간 이런 장면들은 사람과 일과 자연에 대한 그의 태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마침내 그의 조수도 연인을 만나 즉흥시를 읊어내기에 이른다. 그것은 여인을 보고 첫눈에 반한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의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는 어느새 구스타브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인간에 대한 완전한 이해. 그로인한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신뢰와 우정. 두 사람의 관계는 그 조수가 짧은 즉흥시를 창작하는 장면에 방점이 있다고 본다. 단지 시라는 형식을 말하는게 아닌거다. 잔학무도한 모습으로 자신을 끈질기게 쫓았던 적의 죽음에 대해서도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묵념하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다. 구스타브는 풍류를 아는 남자였다. 이렇게 멋스럽게 살 수 있을까. 영화는 영화일 뿐. ㅎㅎ wr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