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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액션 / 2019

개요
액션, 드라마, 미국, 152분, 12세 이상 관람가, 2019.12.04 개봉
감독
제임스 맨골드
배우
맷 데이먼
크리스찬 베일
케이트리오나 발피
존 번탈
트레이시 레츠
조쉬 루카스
노아 주프
JJ 페일드
레이 맥키넌
이안 하딩
조나단 라파글리아
레모 기론
잭 맥멀린
시놉시스
1960년대, 매출 감소에 빠진 ‘포드’는 판매 활로를 찾기 위해 스포츠카 레이스를 장악한 절대적 1위 ‘페라리’와의 인수 합병을 추진한다.

막대한 자금력에도 불구, 계약에 실패하고 엔초 페라리로부터 모욕까지 당한 헨리 포드 2세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박살 낼 차를 만들 것을 지시한다.

불가능을 즐기는 두 남자를 주목하라!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이자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

출전 경험조차 없는 ‘포드’는 대회 6연패를 차지한 ‘페라리’에 대항하기 위해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를 고용하고, 그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지만 열정과 실력만큼은 최고인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자신의 파트너로 영입한다.

포드의 경영진은 제 멋대로인 ‘켄 마일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춘 레이스를 펼치기를 강요하지만 두 사람은 어떤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불가능을 뛰어넘기 위한 질주를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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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9%
4.02점
키노라이트 분포
1개
196개
별점 분포
예고편
리뷰
118

조신익 님의 리뷰
2019.12.10 19:40:40
자동차와 사람, 양 갈래로 심장을 뛰게 하는 영화
어떤 괴짜들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수도 없이 들어 관객 입장에서는 익숙한 이야기다. 국내만 하더라도 열악한 상황에서 성과를 낸 핸드볼 팀 이야기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상황의 스키점프 팀 이야기인 <국가대표>가 있고 '아메리칸드림' 이야기가 널린 미국도 장르와 형식을 불문하고 이런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포드 V 페라리> 역시 따지고 보면 이러한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는 갓 레이싱에 도전한 약체 포드가 정상의 자리로 나아가는 그 과정을 그린 <포드 V 페라리>는 이러한 이야기의 정수, 도전하는 분야의 특징과 도전하는 사람의 사연을 아주 잘 살린 영화며, 널리고 널린 '아메리칸드림 영화 중 하나'로 분류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영화다.


영화는 두 가지 방면으로 보는 사람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앞서 말한 대로 도전하는 분야와 도전하는 사람을 통해서인데, 물리적으로는 레이싱의 속도감을 통해 이를 해낸다. 여타의 영화들보다 더 사실적으로 레이싱의 전후 과정을 해부하여 보여주고 레이싱 자체를 그리는 데에 있어서는 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아주 잘 연출되어 있다. 특히 다른 부분들보다 사운드 믹싱의 힘이 굉장히 좋은 편인데, 음향이 좋은 극장이라면 말 그대로 진동이 느껴지는 정도로 강렬한 엔진음이 아주 잘 구현되어 있어 단순히 속도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듣는 측면에서도 아주 잘 그려졌다.


레이싱은 단순히 영화의 볼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상대를 앞지르는 것이 목적인 레이싱의 특성상 화려한 액션이나 과감한 스턴트를 보여줄 수 없어 단조로운 면도 있는데, 이 영화의 레이싱에서 그런 부분이 잘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레이싱을 관통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주 잘 짜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초반부터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7000 RPM 어딘가에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영화는 레이싱 과정을 통해 아주 잘 찾아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화려한 레이싱으로만 그치지 않고 2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을 뜨겁게 이끌어가는 이야기로서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레이싱이 물리적으로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한다면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감정적으로 심장을 뛰게 만들지 않나 싶다.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 두 배우의 연기 역시 말할 것도 없이 매우 뛰어나다. 영화의 전반적인 상황과 배경에 어우러져 거친 부분도 있지만 진중하고 아날로그한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러고 보니 감독이 제임스 맨골드다. <앙코르>, <3:10 투 유마>, <나잇 & 데이>, 그리고 <로건> 등등등. 그의 필모에서 성공적인 작품들을 찾아보면 아날로그한 감성을 다루는 데 능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포드 V 페라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1960년대, 그중에서도 거칠고 기름 냄새가 나는 레이싱의 세계를 통해 뜨거운 이야기를 빚어냈다.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감독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한껏 드러난 작품이 아닌가 싶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조항빈 님의 리뷰
2019.11.08 23:17:27
'포드 V 페라리'는 24시간짜리 경주에서 페라리의 왕좌를 노리는 포드의 레이서들에 대한 실화 바탕의 이야기다. '로건'의 제임스 맨골드가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대배우들과 손잡고 만든 영화라는 점과 스포츠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어떤 성격인지는 대략 예상은 했다. 분명 오스카 시즌을 노린 적당한 "아메리칸 히어로" 드라마라는 점이 예고편에서나 기본 시놉시스에서나 너무 명백히 보였다. 그리고 정말 딱 그 정도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자동차 경주의 속도감과 긴장감과 매순간의 스릴을 굉장히 잘 표현했다는 것에 있다. 레이서들에 대한 영화인 만큼,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들 또한 레이스 장면들이었으며, 이 시퀀스들에 가장 많은 공을 기울인 듯 했다. 찰나의 선택으로 인해 경주를 이길 수도, 질 수도, 최악에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레이서들의 긴장감 넘치는 드라이브를 경주의 리듬과 주인공들의 생각에 맞춰 편집을 하고 날카로운 엔진 굉음과 브레이크 소리로 마치 전장 속 총격전을 연출한 이 영화의 레이스 시퀀스들은 굉장히 훌륭했고, 러닝타임의 상당 부분을 이 시퀀스들에 투자했기 때문에 2시간 반을 넘는 시간이 손살같이 지나갔다.

레이서들에 대한 대표적인 영화는 바로 '러쉬: 더 라이벌'이다. 이 영화와 '러쉬'는 두 레이서 주인공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나가지만, 그 차이점에서 이 영화의 아쉬운 점들이 제일 크게 나타난다. '러쉬'는 두 주인공의 라이벌 의식과 적대감,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경주장을 함께 달리는 동반자로서의 존중과 우정을 레이스를 준비하고, 뛰고, 끝내는 과정에서 모두 그려냈다. 이 영화에서 레이스를 누가 이겼는가도 중요했지만, 그 레이스를 전개하는 방식은 두 캐릭터의 날선 심리전과 라이벌 의식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었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절친이자 동료로 일한다는 점에서 '러쉬'와 분명한 차이점은 있긴 하다. 하지만 두 상반돼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며, 모든 장애물들을 같이 헤쳐나가는 우정과 동료애의 이야기는 분명 그 자체로 감동적인 부분은 있으나, 여운은 없다. 영화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에 대해선 별로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이들의 업적에만 신경을 쓰는 듯하다. 이들에게 주어진 인간성은 할리우드의 표준화된 "인정 못 받는 언더독 히어로"와 "한땐 전설이었지만 지금은 코치가 된 베테랑" 클리셰가 끝이다. 이 영화는 극적인 스포츠 드라마의 재현에 지나지 않고, 이를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한 캐롤 셸비와 켄 마일즈에게는 인간으로서 인지가능한 캐릭터성의 하한선 정도만 부여했다. 스릴 넘치는 레이스 시퀀스들 사이 사이는 지루하고 뻔했다.

결론적으로 '포드 V 페라리'는 오스카 베이트 계의 마블 영화과도 같다. 기본적인 재미와 오락성은 보장해주지만, 안전하고 파생적이고 식상한 드라마에 불과하다.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의 재치있는 브로맨스에 웃음과 든든함은 있지만 깊이는 없고, 이 둘의 캐릭터는 이 배우들의 이름값에 비해 너무 평이하고 평면적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레이스 시퀀스들은 굉장히 훌륭하고 몰입감 넘치며, 제임스 맨골드의 연출력에는 감탄했으나, 이 모든 스펙터클을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줄 강렬한 캐릭터나 관계 묘사가 없는 이상, 그저 공허한 배기음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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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09 님의 리뷰
2020.01.12 18:48:07
무엇을 할 때 가슴이 뛰고 좋은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무엇을 할 때 가슴이 뛰고 좋은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자신을 소개할 때 직업 명칭보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면 지금 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증거다. 어떤 지위에서 일했는지 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직업과 업(業)의 차이는 간단하다. 좋아하는 것을 밤새도록 할 수 있는지, 그것도 무보수로, 실패할 위험이 있더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고 있는 일. 안 하면 죽을 것 같고 잠시 미뤄 두었다가도 언젠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일말이다.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있는가?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두 남자는 가슴 뛰는 꿈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와 캐롤 셸비(맷 데이먼)는 자동차에 미친 사나이들이다. 흔히 레이싱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을 뒤집는 연출은 히어로 영화 <로건>을 봤을 때와 비슷하다. 건조하고 거친 레이스를 보여주거나 <분노의 질주>처럼 상상이상의 레이싱을 다루는 것을 떠나 ‘사람과 업(業)’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기 장인이라 불리는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을 필두로 <로건>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까지. 똑떨어지는 삼박자가 기대를 찬사로 맞바꾸었다.

<포드 v 페라리>는 1960년대 유럽 레이싱 리그 ‘르망 24’에서 절대강자 페라리를 꺾고 포드가 강자가 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레이싱을 배경으로 삼아 두 남자의 우정,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을 중심에 세운다. 그리고 한 우울만 판 장인의 이야기를 통해 업(業)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이는 개인과 개인의 대결을 넘어 자동차 회사 간의 대결, 국가의 대결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당시 미국의 포드는 오랜 수제 자동차사 페라리가 보기에 매우 하찮은 존재였다. 그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페라리에게 인수합병을 제안했을 때 기막혀했던 모습이 인상적이다. 1960년대 중반 페라리는 왕중의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 페라리의 수장 '엔초 페라리'는 레이싱에 빠져있었고 그로 인한 경영난에 시달렸다. 그러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했다. 엔초 페라리는 켄이 포드의 노리개처럼 이용당해 르망 24에서 우승을 빼앗겼을 때도 그를 최고로 인정한 유일한 사람이다. 장인의 눈에는 장인만이 보인다.

하지만 포드도 할 말은 있다. 1960년대 미국은 전쟁 2세대인 베이비 부머들에게 차를 팔아야 했다. 전쟁이 끝나고 대대적인 소비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에 포드는 마케팅 묘수를 레이싱에서 찾았고, 포드도 레이싱에 출전하자는 결정을 내린다.

이에 적임자는 레이서 출신인 캐롤. 캐롤은 참전 군인이자 정비사인 켄을 영입하게 된다. 켄은 자동차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거니와 실제 레이서로도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다. 이는 천재와 천재가 만난 시너지 그 이상이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회사의 이익과 브랜드 홍보를 중요하게 생각한 포드 경영진들과 마찰을 빚게 된다. 포드는 운전하는 사람은 보지 않고 오직 자동차만 봤다. 쉽게 말해 자본주의 시스템 속 하나의 부품으로 사람을 취급했다. 영화에서는 잦은 갈등을 통해 자신의 전부를 거는 사람과 이를 이용하는 자본가를 교묘하게 대비한다.

그러나 실제 레이서들도 굳건한 스폰서가 없다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 경기 출전이나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봤을 때 최종적으로 선택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는 나란히 3대의 포드 자동차가 결승점을 통과하는 장면으로 상징된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에서 차분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켄은 "네가 약속한 건 레이스지 우승이 아니었어"라고 담담히 말한다. 안타깝고도 멋진,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매일 이성과 감성의 온도차를 겪으며 팍팍한 하루를 견디는 사람들에게 ‘신념’이란 말은 쉽게 거론하기 어려운 단어다. 그러나 돈으로 뭐든지 가능한 시대, 돈으로 안되는 게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장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반갑다. 인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자신의 길을 수행할 때다.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때 승부 없는 인생게임 승리자는 나 자신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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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plat 님의 리뷰
2019.12.27 11:08:22
두서 없는 ‘쉘비 & 마일스’ 2회차 후기
1. 일단 저는 지금 GT40 첫 시승에 너무 감격한 나머지 훌쩍이고 난리가 난 헨리 포드 2세마냥 내내 영화에 끌려다닌 바람에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은 이야기가 나온다면, 이 놈이 지금 뽕에 취해서 맛이 갔구나 하고 이해해주시거나, 아무리 네가 좋다 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제목은 ‘포드 V 페라리’ 지만 막상 다 보고 나오면 제목은 사실 이걸로 정하려 했던 게 아니었나 싶죠. ‘쉘비 & 마일스’. 영화는 이 둘의 관계를 중심으로 포드와 페라리의 1966년 르망 출전기, 포드 레이싱 팀과 포드 경영진 간의 갈등을 쉴틈 없이 보여주며 진행됩니다.
3. 근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 영화는 실화와는 다른 게 꽤 많습니다. 우선 후반부부터 살펴봅시다. 1966년 르망에서는 포드와 페라리의 레이싱 크루들이 그렇게까지 찰싹 붙어 있진 못했고요, (그래서 스톱워치나 너트는 없던 이야기입니다. 근데 다른 대회에서 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엔초 페라리는 그날 구경도 안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켄 마일스에게 경례한 건 사실 없던 일이죠. 또 회장인 헨리 포드 2세나 부사장 레오 비비가 자신들과 안 맞다는 이유로 켄과 캐롤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감정적인 사람들로 등장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갈등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1965년 르망에 켄 마일스가 참가했는데, 기어박스가 고장나서 탈락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페라리가 우승을 가져갔고요. (그래서 영화 속에서 65년 르망 생중계를 라디오로 듣는 켄 마일스가 계속 기어박스 이야기를 꺼냈구나 싶었습니다.) 결정적으로, 포드 GT40을 켄과 캐롤 둘이서 만들었다고 묘사가 나오는데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GT40의 탄생에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게다가 켄 마일스의 성격이 불같았다는 건 맞지만 포드 쪽에서 대놓고 싫어하는 정도까진 아니었다고 합니다. “포드 사람들이 자신에게 잘 해줬다고” 옹호까지 해줬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사망하는 장면 역시 실제와는 아주 다릅니다. (영화에서는 방화복을 입지 않은 상황에서 차 안에 갇혀 질식사한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차량에서 튕겨나간 바람에 즉사했다고 하죠)
4. 의도적이죠? 영화 만듦새를 보세요, 이건 일부러 틀린 겁니다. 자동차, 레이싱 관련 용어나 테크닉 같은 건 크게 안 틀렸는데 이걸 틀렸다? 그렇다면 실화를 비틀면서까지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는 거겠죠?
5. 영화는 다른 예술계와 다르게,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한다는 그 특성 상 (감독이 카메라 안 들면 카메라는 누가 들어줍니까?) 아주 오래 전부터 협업 시스템이 빠르게 갖추어졌습니다. 그래서 초단편을 만들어도 감독과 배우 말고도 필요한 사람들이 더 있고요, (‘촬영과 편집이 없던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었다’ 는 알폰소 쿠아론의 말을 생각해보세요) 조금만 스케일이 커진다 싶으면 음악이다, 미술이다, 옷이다, 분장이다, 특수효과다 해서 관계자들이 급속도로 불어나곤 합니다. 그래서 할리우드에서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한 편을 찍어도 최소 수십, 수백 억의 제작비가 드는 건 일상이죠. 결국은 다 쓸 곳이 있어서 그렇게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 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우리가 영화관 가서 보는 영화들은 돈에 허덕이는 감독과 스태프에게 투자를 해주는 제작자들의 입김이 크든 작든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6. 근데 우리가 수많은 고민 끝에 큰 마음 먹고 비싼 레스토랑에 가고, 플스나 스위치를 사고, 주식에다가 투자를 하는 이유가 뭐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돈 값을 해줄 거라는 믿음’ 아닙니까? 영화 제작자들 역시 대부분은 그런 생각을 갖고 영화에 투자를 합니다. (안나푸르나 픽처스는 그런 점에서 예외인 케이스고요.) 그래서 우리는 식당이나 상점에 가서 돈을 내고 이거 하나 주세요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7. 그렇게 모든 손님들이 돈 내고 얌전히 먹다가 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역시 있다는 게 문제죠. 분명히 손님 쪽이 실수를 했는데 직원이 실수했다고 우기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산 물건을 여기서 환불받고 싶다고 징징거리기도 하고,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아 신고하겠다느니 하면서 협박을 해오기도 하죠. 심하면 대놓고 인격모독이나 고성방가같은 깽판을 치는 일행을 수수방관 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돈 안 내고 서비스만 받을 심산으로 접근하는 악질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결국 욕은 자기 이름 걸고 장사하는 사장님한테 돌아가는 법이죠.
8.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영화계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겁니다. 까놓고 보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서 사전 제작, 촬영, 후반 작업까지 고생길이 아닌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찌저찌 최선을 다한 각본을 만들어 왔는데 이야기가 너무 심심하다, 세일즈 포인트가 별로 없다, 수위가 너무 세다 하면서 고치다가 결국 걸레가 되는 건 일상이죠. (물론 그 과정에서 점점 더 성장해 가는 각본도 있다는 건 압니다) 촬영을 승인받은 후에도 고생길은 끝난 게 아닙니다. 어떤 장소에서 중요한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관계자가 거부해서 계획이 틀어지고, 예상치 못하게 배우가 촬영장에 오지 않거(못했거)나, 기계가 고장나거나, 비가 와서 촬영하기 어렵다 싶으면 그날로 촬영은 접어야 합니다. 필요한 장면들을 모조리 찍은 후에도 편집이니, CG니, 음악이니, 컬러 그레이딩이니 하는 과정때문에 설득하거나, 싸우거나, 명령하거나, 자존심을 굽히는 일이 잦습니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피로도는 장난이 아니죠. 이렇게 얽히고설키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충돌하는 경우도 잦고, 결국 얼굴 붉히면서 싸우는 일도 생기기 쉽습니다. 게다가 앞서 비유해서 말했듯 그 영화가 잘 될 거라는 보장은 없고요.
9. 그렇게 보통 1-2년이 흐르면 언론, 평론가, 시사회같은 갖은 홍보 끝에 영화가 상영됩니다. 그러면 그걸 본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아와 영화를 볼 것이고, 호평 아니면 혹평을 듣게 되는 거죠. 욕은 일단 감독부터 먹고 본다고 보면 되고, 칭찬도 감독이 듣긴 하는데 어째 다른 사람들한테 (주로 배우나 다른 스태프가 담당한 부분) 더 많이 가는 거 같네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감독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겠죠. “이렇게까지 하면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나? 그렇다면 내가 왜 영화계에 들어온 거지?”
10. <포드 V 페라리>는 겉으로 보면 1966년 르망에서 포드가 페라리를 꺾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이야기를 하려 한 겁니다. 포드와 페라리 간의 라이벌리는 잠깐 등장하다가 끝나는데, 켄 마일스와 캐롤 쉘비의 우정, 그리고 레이싱 크루와 경영진 간의 갈등은 영화 내내 강조된다는 것에서 알 수 있죠. 같은 목표를 갖고 같은 여정을 떠나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다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친구 사이지만 피치 못할 사정때문에 어색해지기도 하고, 서로 못믿는 사이에서도 자신을 이해해주고 지켜주려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회의를 끝낸 리 아이아코카가 레이싱 총책임자 건으로 캐롤 쉘비한테 급하게 전화 거는 거 보세요. 사람들 많은데 굳이 목소리 깐다고 안 들릴 리가 있겠나요?) 물론 보통은 치고 박고 싸우면서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겠지요. 그 과정에서 서로 양보해야 하는 것도 생기고, 자존심 굽혀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내가 여정을 떠나는 이유를 곱씹게 되는 법이죠. 바로, 꿈.
11. 꿈은 나를 가로막는 온갖 방해 끝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나를 불안하게 하며, 또 때로는 내 목숨을 시험하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 걷는 이 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키는 가장 큰 대들보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자신이 바로 그렇게 꿋꿋이 버텨왔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자동차 앞에서는 타협 없는 자세를 고집해왔지만 결국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위해 양보하는 켄 마일스를 통해, 화려한 언변과 처세술로 반쯤 포기한 꿈을 숨겨왔지만 결국 꿈을 갖게 된 이유를 다시금 깨닫는 캐롤 쉘비를 통해서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나는 헨리 포드 2세와 레오 비비도 이해한다고. 이들의 목표는 더 많은 자동차를 팔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레이싱 크루들을 박박 긁는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하죠. 포드 3대가 동시에 들어오는 장면은 100년이 지나도 구경하기 힘들다는 거 충분히 압니다. 근데 그게 레이싱 크루들에게는 뺑반에서 나온 F1 레이서 급의 양아치같은 개드립이라서 문제가 터진 거지. 그래도 양복쟁이들 사이에도 리 아이아코카같이 현장에서 구르는 스태프를 존중하는 사람은 있는 법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도 예술성을 인정받는 명작들이 나오는 거죠.
12. 메시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디테일로 들어가 볼까요? 그러니까, 연출이나 연기, 음악같은 세세한 요소들요. 누구 말마따나 만 개의 부품들이 조화롭게 움직여 한 대의 자동차가 된다고 하지만, 그 부품들이 좋아야 자동차도 잘 굴러가는 법이니까요.
13. 우선 연기부터 살펴봅시다. 맷 데이먼이랑 크리스찬 베일이요? 말할 필요도 없죠. 조쉬 루카스는 분명 반동인물인데 악당처럼 취급하고 싶은 역할을 아주 잘 해냈습니다. 커트리나 밸프가 맡은 몰리 마일스, 노아 주프의 피터 마일스는 아주 그냥 커여웠습니다. 켄 마일스의 모험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부러울 정도로 잘 표현했어요.
14. 근데 저는 조연들 이야기를 더 하고 싶습니다. 세 명을 꼽을 건데, 필 레밍턴 역의 레이 맥키넌, 찰리 아가피오 역의 잭 맥밀런, 로렌초 반디니 역을 맡은 프란체스코 바우코입니다. 이 세 명은 주연 둘을 아주 잘 받쳐줬어요. 필과 찰리는 캐롤 옆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함께 지내며 여러 조언을 해줬고, 포드 경영진과의 갈등 속에서 고민하고 좌절을 겪는 캐롤 셸비에게 훌륭한 방패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농담 아니라, 포드 회장이 갑자기 셸비 회사에 찾아왔을 때 이 둘이 했던 일을 생각해보세요) 특히 필은 레이스 때도 캐롤 옆에 찰싹 붙어 있는데 걸리적거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일부나 다름 없었던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캐롤에게, 6개월 전에 일어난 일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라는 냉정한 조언도 할 줄 압니다. 사이 좋은 상사와 직원을 넘어선, 좋은 동료이자 친구라는 걸 이렇게 보여준 거죠.
15. 로렌초 반디니는 포드와 페라리의 라이벌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지만, 또 동시에 켄 마일스의 능력을 알아보고 경의를 표하는 엔초 페라리의 복선이기도 합니다. 비록 말은 한 마디도 안 하지만, 잠깐 비춰지는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한 레이서로서 켄 마일스를 알아보고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해냈습니다. 레이스는 시작도 안 했는데 켄 마일스 응시하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 눈에 알아본 거죠? 쫓아오는 켄 마일스를 차마 그냥 두질 못하고 계속 뿌리칠 때 표정 좀 보세요. 완전 다급한 표정이잖아요? 그래서 출력 대결을 벌이고 피트인을 할 때 브레이크 라인이 맛이 간 거 같다는 켄 마일스의 한 마디가 관객들한테 와닿는 거죠. 그 표정을 기억하니까.
16. 촬영은 아주 좋습니다. 그냥 사람이 서 있을 때도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는 구도도 좋은데, 레이싱 장면은 언제라도 어딘가에 부딪힐 것 같이 찍었는데 그게 속도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살려냈습니다. 촬영감독은 이 영화로 몸값이 더 오르겠군요. 마르코 벨트라미와 벅 샌더스의 음악은 사람을 아주 미치게 만듭니다. ‘7000 이상으로 미친듯이 밟아’ 라는 팻말 보여줄 때 음악 기억하시죠?

https://youtu.be/B6sWEBIucWk

분명 미국 영화 음악인데 열혈물의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끝까지 그 향기를 잃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절제의 미학을 압니다. 정작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장면은 진짜 조용하거든요. 와… 와아아아아!!!! 전 그 부분에서 지리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찰떡같이 어울릴 수가 있지???? 응???? OST 전곡 유튜브에 있으니까 꼭 들어보세요! 으아아아아!!!!! 내 영혼이 그때 당시의 데이토나, 르망 경기장에 그대로 옮겨진 듯한 기분입니다. 아 아주 좋아요. 이래서 내가 뽕에 취한 거지.
17. 셸비의 레이싱 크루들이 입은 옷들은 볼 때마다 갖고 싶어 탐이 났습니다. 그 파란색 티셔츠 진짜 이쁘지 않습니까? 특히 저 빛나는 남색 점퍼! 르망 경기장 햇살 받아서 윤기 흐르는 거 보십시오. 입은 사람은 눈에 안 들어오게 만듭니다. 네? ‘맷 데이먼이 입어서 그런 거잖아요’ 같은 소리가 여기서 왜 나와요? 저도 압니다, 그 유명한 맷 데이먼이 입었는데 당연히 이쁘게 찍어야죠. 근데 볼 때마다 갖고 싶어 미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맷 데이먼은 선글라스도 엄청 이쁜 거 썼더라. 눈 나빠서 렌즈 안 끼면 선글라스 못 쓰는데 미치겠네 진짜.
18. 배기음 소리랑 브레이크 꺾는 소리를 찰지게 듣고 싶으시면 지금 당장 영화관으로 달려가시길 바랍니다. 특별관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그 빵빵한 스피커로 배기음을 귀에다 꽂으시란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는 찰집니다. 하다못해 브레이크가 과열되어 터지기 직전에 나는 그 푸스스… 거리는 소리도 강렬하게 남습니다. 으어 이러니까 3회차 찍고 싶네.
19. 개인적으로는 결말부에서 <문라이트>의 어른 샤이론과 캐롤 쉘비가 겹쳐 보였습니다. 자동차 앞에서는 고집불통이었던 완벽주의자 동료, 한때 반쪽짜리였던 꿈을 이루게 해준 소중한 은인, 그렇기에 캐롤이 지켜주려 애를 썼던 켄 마일스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된 캐롤의 모습에서 ‘가족이나 친구, 첫사랑에게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란 말을 떠올려서 그런가 봐요.
20.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제 기대를 충족시키다 못해 하늘 위로 붕붕 떠오르게 하는군요. 말이 필요 없어지는 순간에 대한 영환데 말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스포일러 다 해놓고 하는 얘기라 민망하지만 꼭 보러 가세요. 보셨다고요? 다회차 찍으셔야죠. 평소에 차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거나, <백두산>과 <캣츠> 사이에서 고통받는 친구한테 슬쩍 추천하셔도 좋습니다. (물론 상영관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ㅋ) 연말인데 좋은 영화로 좋게 끝을 맺어야죠.

두서없이 막 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대목은 마음껏 언급하셔도 좋습니다. 질문 있으면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선에서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제발 세 줄 요약 이런 것만 말하지 말아주세요. 알겠죠? 아 참, 그리고 이 영화를 두 번 보고 곱씹으면서 떠올린 곡이 하나 있습니다.

https://youtu.be/Jg_d4ubL7no

비요크라고 <어둠 속의 댄서>에 나온 아이슬란드 가수가 한 명 있는데, 여사님 노래들이 하나같이 너무 좋아서 1년 내내 푹 빠져 지냈습니다. 이 곡은 비요크 여사님 노래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겁니다. 비록 다른 대표곡에 묻히곤 하지만, 가사와 멜로디가 이 영화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에 여기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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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mon 님의 리뷰
2019.12.03 00:39:54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영화 <포드 V 페라리> (2019)는 레이싱 영화로 접근하든,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주어진 변화에 관한 실존적인 질문을 다루는 영화로 접근하든 둘 다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좋은 작품이다. 우선, <포드 V 페라리>가 좋은 레이싱 영화인 이유는 영화의 주요 무대인 르망 24시간 레이스 대회를 포함해 트랙 위를 질주하는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의 시점 숏과 반응 숏을 적절하게 번갈아 가며 활용함으로써 VR 체험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랙 위를 달리는 스포츠카를 담아내는 카메라를 최대한 땅과 밀착해 로우 앵글 숏에 가까운 구도를 형성함으로써 스크린 밖(off-screen)에 있는 관객을 스크린 안(on-screen)으로 끌어들여 7,000 RPM 속도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짜릿한 순간을 지속적으로 안겨준다. 그런데 <포드 V 페라리>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후자의 접근법이다.

이 영화는 얼핏 보면 포드 모터 회사와 페라리의 경쟁처럼 보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더군다나 포드를 미국(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 그리고 페라리를 이탈리아(제2차 세계대전 유럽 패전국)로 치환한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에 다시 부딪히는 두 국가 혹은 대륙 간의 자존심 대결로 확대할 수 있다. 그런데 제목의 'V'를 ‘Λ’로 뒤집어 본다면, 이 영화는 포드와 페라리가 변화하는 상황에 동태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적응할 의지가 있는지를 뒤좇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포드는 포디즘의 문제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판매 활로를 찾기 위해 스포츠카 생산에 집중한다. 페라리는 대량 생산보다 상품의 질을 높이는데 고집하는 태도를 놓지 않다가 파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인수 합병이라는 변화를 고려한다. 하지만, 사실 두 회사 모두 변화를 받아들이는 척만 한다. 포드는 출전 경험조차 없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기념비적인 사건과 사진을 남겨 다시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페라리는 회사를 인수하려는 포드를 이용해 좋지 않은 상황을 진화한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이와 같은 기업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특히 미국 출신 감독으로서 포드를 집중적으로 겨냥한다. 예를 들어, '켄 마일스'의 입을 빌려 포드의 몰개성을 날카롭게 지적하거나, '캐롤 셸비(맷 데이먼)'과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와의 긴 대화에서 포드의 비효율적인 생산 라인과 거만한 태도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끌어낸다.

근데, 변화에 관한 실존적인 고민은 개인의 문제와 결부되었을 때 <포드 V 페라리>는 더욱더 풍부하게 발전한다. '캐롤 셸비'는 과거에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했지만, 심장 관련 질환으로 선수로서의 생명을 마감하고 스포츠카 제조 회사를 운영한다. 여전히 스포츠카와 함께 하지만 '캐롤 셸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내면의 궤도 이탈을 경험 중이다. 그리고 자기 본성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살아가는 '캐롤 셸비'는 타인과의 관계에 의지하며 하루하루 연명해 간다. 반면, '켄 마일스'는 타고난 본성을 자각하고 살아가는 인물로 자신의 그런 모습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아들과 아내가 곁에 있기에 행복한 삶을 산다. 하지만, '캐롤 셸비'와 달리 지나치게 외골수의 인물인 '켄 마일스'는 비즈니스를 할 때도 그런 본성을 놓지 못해 결국 파산 직전의 경제적인 위기를 맞이한다. 두 사람은 포드 측에서 제시한 기간 동안 함께 일을 하며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친다. '캐롤 셸비'는 서서히 타협적인 태도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뿐더러 타인과의 관계에 의존하지 않고도 본인이 누구인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전에 '켄 마일스'가 자신에게 던진 렌치를 액자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그의 아들 '피터 마일스(노아 주프)'에게 돌려주는 장면이 이를 대변한다. 반면, '켄 마일스'는 지금까지 가족 이외 관계를 맺는 일을 굉장히 힘들어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내세운 가치를 배반하는 타협적인 태도를 꺼려했다. 그렇지만, '켄 마일스'는 르망 24시간 레이스 단독 우승이라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중요한 변화를 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들 '피터 마일스'는 이에 대해 실망감을 표출하지만, 아내 '몰리 마일스(케이트리오나 발피)'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텔레비전으로 남편을 바라보는 대견스러운 표정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궁극적으로 <포드 V 페라리>는 조직과 개인에게 변화와 관련된 질문을 부여함으로써 변화의 가치를 의논한다. 물론,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변화에 따른 결과를 변화의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감독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은 변화의 갈림길 앞에서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라 최선의 선택을 내리기 위한 진중한 자세를 잃지 않을 때 생긴다고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김거니 님의 리뷰
2019.12.01 15:15:18
스포츠드라마에서 시네마에 관한 정의가 보인다
📝
#포드v페라리 #리뷰
(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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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화가 개봉한 후 많은 리뷰와 비평들이 쏟아졌고, 그러한 글에는 영화 속 메타포와 실화를 향한 정보들이 즐비하다. 그러니 비슷한 기록들은 굳이 남기지는 않겠다. 다만, 이 영화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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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v페라리>는 낭만을 알고 알고 있는 영화다. 그러면서 영화라는 매체에서 맘껏 부릴 수 있는 이상적인 마침표를 찍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는 제임스 맨골드라는 창작자의 현재진행형인 질문을 관객들에게 넌지시 던진다. 레이서에게 7000RPM의 영역은 외부의 잡음이 들리지 않는 영역이라는 오프닝 나레이션으로 말이다. 그 공간에 닿았을 때, 당신은 그 이상에 몸을 맡기는 사람인가, 혹은 속도를 줄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결승점을 통과하려는 사람인가. 이 영화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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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가 대량생산체제에서 공산품을 쏟아내며 이익을 추구할 때, 페라리는 수작업을 통해 소수의 정예품을 만들며 레이싱카로서의 완벽함을 추구한다. 캐롤 셸비와 켄 마일스는 각각 포드와 페라리의 특성을 닮아있다. 단, 캐롤 셸비는 과거에 레이서로서 켄 마일스의 특성을 거쳐온 사람이라는 점을 유념하자. 흥미롭게도 이 둘은 참가자들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르망 24시를 거치며 변화한다. 이상주의자인 켄은 현실을 순응하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알게 되고, 현실주의자인 캐롤은 속도를 향한 열망, 그러니까 이상을 추구하는 마일스를 보고 감응하며 과거의 레이서 본능을 다시금 되살린다. 모 평론가의 말처럼, 이 영화는 각자의 특성이 교차하며 바뀌는 쌍곡선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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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v페라리>는 결국 영화제작에 관한 이야기다. 당연히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페르소나는 캐롤 셸비이고, 켄 마일스는 그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할 때 누렸던 영화제 수상경력과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망 자체를 은유한 인물일 것이다. 제임스 맨골드도 다른 창작자들처럼 예술을 향한 열망이 있는 순수한 영화인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영화제작은 영화 속 레이싱카를 만드는 것처럼, 돈을 대는 기업과의 대화와 타협을 해야만 한다. <포드v페라리>는 다수의 관객들에게 팔릴 수 있을 만한 요소들, 즉 레이싱물에서 제공하는 자동차의 속도감과 스포츠물 특유의 전형적인 승리의 드라마를 제공해야만 한다. ‘역시 자동차를 팔아야 한다는건가’ 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포드v페라리> 또한 예술의 정점만을 바라보는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티켓을 팔아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제임스 맨골드는 그걸 능히 해낼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기업이 짜놓은 게임 속에서 또다른 성취를 해내고자 분투했다. 마일스가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기록 경신과 퍼펙트랩을 해낸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마일스는 패배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예술을 향한 이상을 끝까지 지켜낸 사람들을 향한 헌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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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RPM에 다다른 마일스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한다. 이상의 영역에 가닿은 자의 희열, 그리고 자신을 여기에 닿을 수 있게 해준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고뇌하는 그 표정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네마틱하다'라는 말에 완벽히 부합한다. 이 장면에서 울컥할 수밖에 없는건 바로 이 때문이다. 누구는 이를 현실과의 타협이라고 안타까워 할 수도 있고, 누구는 이상만을 고집하는 이가 변화를 맞이하는 성장의 순간이라며 감동할 수 있다. 이러한 아쉬움과 감동 그 어느 것도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는 것. 그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해야 하는게 레이서의 숙명이다. 이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영화를 찍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인간에게 향하는 삶의 본질적인 물음이다. 여전히 이런 질문을 남기는 영화가 남아있다는 사실에 울컥할 수밖에. <포드v페라리>는 제임스 맨골드의 시네마의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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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마일스의 아내인 몰리는 현실을 지키는 사람이다. 아무리 이상주의자가 이상에 열망한다 하더라도, 그가 존재하는 현실세계가 위태롭다면 레이싱에 참가할 수 없다. 가정을 지키고 통제하고 마일즈를 격려하는건 몰리다. 캐롤과 마일스가 어린아이들마냥 쌈박질을 하는걸 의자에 앉아 관찰하면서 싸움의 끝을 수습하는 몰리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며,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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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님의 리뷰
2019.11.28 23:33:57
4DX가 아닌데도 스크린에서 나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을것처럼 느껴진 150분. 눈 앞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레이싱 장면들은 그것만으로도 영화 경험의 가치를 한다. 전설적인 스포츠카 디자이너 캐롤 셸비를 맡은 맷 데이먼과 그와 함께 포드 레이싱팀을 일구어낸 엔지니어이자 레이서 켄 마일즈를 맡은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 하지만 좋은 재료를 갖고 빚어내는 레이싱 이면의 이야기는 그닥 흥미롭지 않다. 오히려 순수한 열정의 주인공과 어리석은 높으신 분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악역의 존재가 영화의 구조를 만드는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전체적 호흡에는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 레이스카를 탄 것처럼 훨씬 짧게 느껴진 속도감 있는 영화. 겨울시즌이 아니라 여름시즌에 나왔다면 피서용 영화로도 추천할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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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정 님의 리뷰
2019.11.15 22:47:38
런타임이 152분...영화 시작전에 너무 길다 생각을 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드는 생각은 벌써 끝나? 이렇게 빨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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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몰입도도 좋았고, 여타 드라마처럼 인물들이 질질 끌지 않아서...그리고 카레이싱의 재미까지 다 잡은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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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포드社와 페라리社가 경쟁을 하면서 있었던 일이고,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했던 켄 마일스라는 인물이 레이싱에서 전설적인 인물인걸 알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다시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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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가 너무 잘어울리고 좋아서 아직도 영화를 내 눈앞에서 하고 있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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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게 될것 같다.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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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 Job 님의 리뷰
2020.04.26 00:11:27
샴페인은 아니지만 거품은 있어
#포드v페라리 #Ford_v_Ferrari #20세기폭스_제작사 #20세기폭스코리아_배급 #제임스맨골드_연출 #크리스찬베일 #맷데이먼 #케이트리오나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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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스포츠에 관심있는 기계공학 공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두 사람, 캐롤 쉘비와 켄 마일스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하는데 연출이 제임스 맨골드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요동쳤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이야기꾼답게 짜임새있는 전개로 이 설레는 이야기를 설레며 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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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6 18:15:26
(살짝) 오 캡틴 캡틴 아메리카 자동차 번외편
몇 번이나 영화관에서 보려 시도했지만, 결국 모두 취소하고 평창에서 보고 내려왔다. (반절은 대전에서 봤지만, 마무리는 평창에서~!)

오 캡틴 캡틴 아메리카 자동차 번외편이라 이름짓고 싶었지만, 마지막 르망 종료 후 엔초 페라리의 경례덕분에 그런 평가는 접어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실제로 엔초 페라리는 해당 경기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영화적 설정이라한다. 그렇다면…!)

#5EA9CA 와 #D4382B 의 조화가 좋았다. 어쩌면 영화보다 포스터가 더 압도적이었던 것 같은 느낌까지도.

이럴거면 포드vs포드로 이름지었어야 하는거 아니냐는 한줄평에 무릎을 탁~! 치기도 했다. 그래도 어쨌거나,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웠을 서사와 묘사를 모나지 않게 꽤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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