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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워터스 (Dark Waters)

드라마 / 2019

개요
드라마, 미국,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03.11 개봉
감독
토드 헤인즈
배우
마크 러팔로
앤 해서웨이
팀 로빈스
빌 캠프
빅터 가버
빌 풀만
윌리엄 잭슨 하퍼
루이자 크로즈
메어 위닝햄
시놉시스
젖소 190마리의 떼죽음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들
기형아들의 출생
그리고, 한 마을에 퍼지기 시작한 중증 질병들...

대기업의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은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PFOA) 유출 사실을 폭로한다.

그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독성 물질이 프라이팬부터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까지 우리 일상 속에 침투해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아내 ‘사라’(앤 해서웨이)와 가족들, 모든 것을 건 용기 있는 싸움을 시작한다.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 실화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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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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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
별점 분포
예고편
리뷰
41

김동진 님의 리뷰
2020.03.09 22:31:39
하지만 <다크 워터스>는 익숙하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이 '나만의 일이 아님'을 뒤늦게 깨닫고 문제에 뛰어드는 이야기로 짜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술한 대로 <다크 워터스>의 주인공은 그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듀폰 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울 대형 로펌 변호사다. <다크 워터스>의 성실하고도 섬세한 연출과 각본이 중점을 두고 있는 건 물론 십수 년을 끌어온 사건 자체도 있지만 이 일에 뛰어든 '롭 빌럿'이 과연 무엇을 위해 여기 매진하게 되었는지, 그러고 나서 그는 물론 아내 '사라'(앤 해서웨이)를 비롯한 가족과 주변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에 있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뻔했던 충격적인 진실을 고발하는 이야기와 그 최전선에 뛰어든 한 인물의 내면 묘사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분하고도 진실되게 만나 탄생한 <다크 워터스>는 A급 감독과 배우가 만나 힘 빼고 이야기 본연에 집중한, 단단한 드라마다. 여기에 '롭 빌럿' 본인은 물론 이 사건의 주요 의뢰인이거나 당사자였던, 윌버 테넌트의 동생 짐 테넌트, 버키 베일리 등이 직접 카메오 출연을 하며 이야기에 힘을 보탠다. 여러 매체의 기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단지 우정 출연 정도가 아니라 영화의 제작에도 긴밀하게 협업하고 조력했음을 알 수 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20.03.31 15:47:48
'환경 오염'이 아니다. '자본 오염'이다
인간에게 욕망을 위탁받아 편의를 생산하던 기업이 도리어 인간을 위협한다. 그리고 인간을 위협하는 기업의 민낯을 까내리자 자본이 그 인간을 주저앉힌다.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서 토니 스타크가 만들어낸 '울트론'이 다시 지구에 쳐들어올지 모르는 우주의 온갖 위협을 막기 위해서였듯, '기업' 역시 생존의 공포에 질린 인간이 안정된 삶을 위해 영원히 이익을 탐구해줄 수단으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어떤 위협에도 대처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강화하고 상대를 파괴하는 것에만 관심을 둔 울트론이 결국 그 힘을 도로 인간에게 투사하게 됐듯이, 기업 또한 어떤 재난과 변동성에도 버티기 위해 닥치는대로 이익을 추구한 결과 인간의 삶을 도로 파괴하는 것도 서슴지 않게 됐다.

<다크 워터스>(2020)는 단순히 환경 오염과 그에 따른 재난을 소개하는 영화가 아니라 본질을 잊어버린 자본이 어떻게 폭주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가치 생산은 쉬워지고, 그에 따라 많은 자본이 축적된다. 여기서 다시 자본이 기업에 대한 투자로서 연구소와 생산 시설에 재투자되면 기업의 가치 생산 능력은 향상되고 더 나은 제품과 편의가 소비자를 찾아간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더 훌륭한 편의를 누리면서 기업에게 다시 자본을 안겨준다. 이처럼 기업에 자본이 적절히 이용됐을 때는 긍정적인 선순환이 발생하고 사회 전체가 발전, 개인의 삶 또한 향상된다.

그런데 기업의 근본적인 목표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만약 기업이 인프라와 같은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도 같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 어떨까?

"어떤 활어회 전문점이 있다. 이 횟집이 늘 신선한 생선을 팔다가 기생충 유행 때문에 매출이 급감했다. 신선한 회를 떠야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아 생선의 품질은 떨어지고 영락없이 버리게 됐다. 그렇다고 그 생선을 다 버릴 것인가? 이 횟집은 고심 끝에 오래된 생선을 해물탕으로 끓여 팔기로 했다. 잘 익힌 해물탕은 거부감이 덜했으로 매출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여기 사장이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래된 고기를 팔아도 손님들이 잘 먹는게 아닌가! 사장은 아예 업종을 바꾸고 값싸고 신선도가 떨어지는 고기를 납품받아 해물탕으로 팔았다. 매출은 같았으나 원재료값이 떨어져 이익은 더 많이 남았다."

이 이야기는 기업의 자본이 이익만을 따라가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손님들은 결과적으로 질 나쁜 고기를 먹게 됐지만 이익은 더 크기 때문에 앞으로 사장은 유사한 패턴으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런데 동네 횟집이 아니라 거대한 글로벌 기업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전개 과정은 조금 다르지만 영화가 소개하는 듀폰 사의 PFOA 테플론 후라이팬도 그런 방식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본래 PFOA는 군과 우주개발에 쓰이는 방수 코팅용 화학 물질이었다. 그런데 이를 상업용으로 바꿔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그 결과 음식을 조리해도 눌러붙지 않는 코팅 후라이팬이 개발되었다. 요리에 불편함을 느끼던 주부들에게 꽤나 혁신적이었던 이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PFOA는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단점이 있었으며 듀폰 역시 실험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이 사업을 접을 것인가? 그들은 벌어들인 자본을 사실을 은폐하고 진실을 알아내려는 사람들을 탄압하는데 쓰기에 이른다.

극중 롭 빌런(마크 러팔로)은 듀폰의 은폐 사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들의 공작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는다. 자료를 요청하자 방 한 가득 쌓일 만큼 엄청난 서류를 보내거나 그가 소속된 로펌을 압박해 그에게 징계 아닌 징계를 내리게 만든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롭의 의혹을 받아들이고 그 입증을 위한 검사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검사하게 만들어 몇 년이 지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게 만든다.

기업이 한 인간의 편의를 위해 헌신할 때는 그 협업 능력이나 자본이 큰 힘이 되지만, 도리어 공격하려 들 때는 심각한 위협이 되어 돌아온다. 단지 기업이 한 사람의 멱살을 잡고 재판에 끌고가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질질 끌며 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게끔 치킨게임만 해도 개인은 금방 망가지고 만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미 견딜 수 있는 자본의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기업이 한번 자본 오염의 맛을 알고 이를 악용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개인을 파멸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이익을 위해서 제도와 규범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에서 롭은 듀폰의 변호사들과 싸우면서 이들이 환경기준마저 조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0억 분의 1'이었던 검출기준이 '10억 분의 150'으로 무려 150배나 관대하게 책정된 것이다. 이는 "한 번의 거짓말은 거짓말이 되지만, 백 번의 거짓말은 진실이 된다"던 나치의 2인자 괴벨스의 말을 넘어 거짓이 아예 진짜가 된 사태에 이른다.

여기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우리가 자본 오염에 대해 그것을 규제하고 감시해야할 대상도 자본의 힘 앞에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업이 작정하고 한 개인을 파멸하듯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관리도 별 수 없는 사람이다. 정부의 무력이 보장하는 정보기관의 요원들이 아닌 이상 이들 역시 거대한 힘 앞에 딱히 보호받을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설령 기업의 불공정한 요구를 받더라도 후에 감당해야할 과보다 더 큰 열매를 받는다면 기꺼이 비행을 저지를 수 있다.

더구나 의혹이 드러나더라도 어차피 기업이 망할 정도의 처분은 내려지지 않는다. 극중에서도 '듀폰은 PFOA로 연간 1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과징금 1600만 달러를 냈다'는 내용이 반복된다. 유명무실한 규제가 오염된 자본을 통제할 능력을 잃었을 때, 기업은 오히려 전보다 더 강해져버린다. 그런 모습을 보고나면 그 누가 벌을 논하겠는가. 그런 까닭에 공공 목적으로 운영되는 이들도 자본 앞에서는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우린 우리 스스로 보호해야 해!"

기업과 자본이 세계의 근간을 받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그들로부터 보호받는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는 이윤을 남기지 못하도록 자본을 쥐어줄 우리가 스스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극중 롭 빌런이 보여주었듯, 홀로 버텨내는 것은 어렵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본 오염의 마수가 우리 현실 세계를 더럽히려 할 때, 재앙과 같은 비난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안하무인격으로 꼿꼿하던 대기업이 고개를 숙일 때는 언제나 세상의 비난이 쏟아지고 "실제로 매출이 급감할 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소비에 '윤리'를 매기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실제 상품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을지라도, 장차 우리가 받아야할 자본의 선순환적 이익을 담보할 수는 있다. 우리의 삶을 보장하는 이들에게는 자본의 힘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굶주림을 쥐어줘야 한다.

그러니 '환경 오염'이 아니다. 모든 것은 '자본 오염'이며, 자본의 길은 우리의 선택이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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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님의 리뷰
2020.03.27 01:16:09
의무와 의지가 견고하게 묶인 영화의 힘
98년, 아니 75년, 아니 57년, 아니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지금 이 순간까지 현재진행형인 사건.

너무 단선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해 일어나는 큼직한 사건들을 일일이 짚고 넘어간다. 어차피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극적인 장면들 몇 개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굳이 스스로 다큐멘터리적的이길 자처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각오했던 것보다도 체감상 길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아니, 이 영화는 이상하게도 '지루할 수 있다'는 예감보다 '지루해야만 한다'는 이상한 사명을 띤 것처럼 보인다. 천하의 토드 헤인즈가 왜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까, 도대체 이 영화는 언제쯤 끝나는건지 궁금해 시계가 보고싶어질 때쯤 엄연한 현실이 관객의 잠들어있던 의식을 후려쳐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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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이야기가 섬뜩지만 당신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믿고 싶었습니까? 잘 보십시오, 이 영화엔 당신이 현실로 숨어들만한 보호막이 없습니다. 똑똑히 보세요, 그들이 누군지 알겠나요? 여기 제시하는 증거에 대해 예/아니오로 대답해주세요." - 예.

본인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 만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만났을 때 부딪히는 한계가 이 영화에 담겨있다. 영화적으로만 평가되어야 한다면 생각보다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엔 '끊임없이 거론되어야만 하는 이야기'가 '본인이 하고자하는 방식'대로 우직하게 펼쳐지며, 의무와 의지가 견고하게 묶인 이 영화는 정말로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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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aSi 님의 리뷰
2020.03.22 13:40:28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 고발 영화인 [다크 워터스]. 1802년 창립된 다국적 화학회사인 듀폰이 PFOA를 무단 유출시킨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환경과 관련된 영화인만큼,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마크 러팔로가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서 벌어진 화학제품과 관련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떠오를 것입니다. 실제 이 사건도 2012년 첫 소송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재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크 워터스] 또한 오랜 시간동안 지속된 해당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되었던 1988년을 시작으로 피해자들의 소송이 진행된 2015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전체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영화 관람에는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긴 기간을 다루고 있는 만큼 영화가 다뤄야 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 영화에게는 단점으로 작용됩니다. 사건자체가 장기간 이뤄진 만큼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영화는 주요사건들을 포인트로 잡고, 그 사건들을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흐름을 이어가는 것에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단점이 된 것이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 영화가 늘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에피소드들이 어느 정도의 결론이 맺어진 상태로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끝날 것 같은데 안 끝나는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연도를 보여주는 장면을 블랙화면이 아닌 인물이 일을 하는 모습 위에 얹어서 보여주었다면 흐름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영화의 바탕이 실화라는 점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대부분이 사건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듀폰에 대한 분노를 이끌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피해자를 중점에 두는 것이 아닌 이 사건을 이끌어간 변호사인 롭 빌럿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롭 빌럿을 연기한 마크 러팔로의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서 영화에게 부족한 흥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사회적인 메시지를 통해서, 우리가 몰랐던 사실에 대한 조명과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거대 기업과 끝까지 싸운 사람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듀폰의 PFOA 유출 사건에 궁금증이 생기거나, 마크 러팔로의 연기를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관람을 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피해 사실에 대한 비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거대 기업과 싸우는 한 명의 인물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공감을 할 수 있는 피해자의 이야기가 그리 많은 편도 아니고, 영화에서 거론되는 듀폰의 모습 혹은 정부와 진짜 담함을 한 것인지 표현되는 장면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리액션이 적어서, 롭 빌럿 혼자서 누군가와의 싸움을 준비하는 과정만 본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가 찾아낸 증거가 상대에게 타격이 있다는 것이 영화상에 그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다소 밋밋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를 꼭 봐야한다고 이야기할 특징, 개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PFOA의 무단 유출 사건을 다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조명을 가져올 수 있는 기능을 할 수는 있으나, 영화적으로 크게 흥미가 가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가 비교적 기록이 잘 되어 있는 롭 빌럿의 이야기로만 영화를 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듀폰과 롭 빌럿의 주고받는 것이 존재했기에 흥미를 끌 수 있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롭 빌럿 혼자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분명, 그를 도와주는 인물들이 있었음에도 영화 속에서는 크게 조명되지 못한 점은 영화의 아쉬움 중 하나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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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ue 님의 리뷰
2020.03.21 21:07:06
계란으로도 바위에 금을 낼 수 있다.
요즘 분노할 일이 잦은데, 개인적인 일의 분노라기보다 사회적인 문제로 시작되어 내 개인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크 워터스> 역시, 분노를 부르는 영화였다. 기업과 농민의 싸움. 물론 거대 로펌 변호사가 참혹한 진실을 밝히려 고군분투하지만, 변호사 역시 그 거대한 기업과 싸우기엔 쉽지 않다. '미국을 대표하는' 듀폰사엔 막대한 자본으로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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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폰의 위험 물질 C-8은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다. 우리 몸 안에서 이미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존재가 되었을 만큼 생활 전반에 이미 녹아들어 있었다. 그 말은 즉, 그만큼 듀폰사를 향한 사람들의 믿음이 꽤 단단했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나 단단한 지지층을 가진 데다 지역을 후원하는 기업에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은 함께 진실을 밝혀보자는 타인의 용기와 연대가 아니라 따가운 눈총과 핍박을 견뎌야 했다. 영화 속 그 상황을 지켜보며,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던 기업-개인 간의 소송이 생각났다. 입장 발표를 하며 한없이 울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갑자기 이 세상 모든 게 너무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왜 어떤 잘못의 끝은, 늘 용기 있게 나선 사람들이 짊어지게 될까. 왜 그들은 피해자란 이름으로 평생을 무겁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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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가 장황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사건이 명백한 실화라는 점에서, 토드 헤인즈 감독이 이 현실을 얼마나 알리고 싶어 하는지 그 간절함이 엿보인다. 영화가 현실에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듯 낱낱이 보여주려는 느낌이랄까. 정말 '사회 고발 영화'로서의 그 역할을 아주 충분히 다 해내는 것이다. 다만 영화적으로 롭과 사라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부분이 깊어지다가도 뚝뚝 끊긴다거나, 띄엄띄엄 묘사된 부분이 너무나 아쉽다. 아마 90년대 초에 시작되어 여태껏 완벽히 끝나지 않은 이 사건을 127분의 러닝타임안에 꼬깃꼬깃 담으려니, 버거웠던 것도 같다. 하지만 롭의 업적만 따라가 그를 영웅화 시키기보단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의 그의 모습을 비추려고 했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 깊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에게서 시작되고, 사람이어야 끝이 난다는 게 서글프면서도 왠지 모를 희망을 품게 되기도. 바보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도 약자를 위해 싸울 누군가를 생각하면 분명 희망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그 사실을 미래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고 싶다. 비겁하고 이기적일지라도 그래야 조금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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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명 님의 리뷰
2020.03.20 16:10:41
take me home, country roads

노래가 잊히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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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reme 님의 리뷰
2020.03.18 23:14:12
<다크 워터스>는 거대 기업 듀폰과 20년간 싸움을 계속해온 변호사 롭 빌럿의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이 실화는 듀폰이 지난 몇십 년 동안 무단으로 화학 폐기물을 투기해 온 것으로부터 시작해 유해 물질임을 알면서도 수십 년 동안이나 화학물질 PFOA를 사용해 온 것으로 확대 되었습니다.


영화가 이 실화를 다루는 방식은 담담합니다. 어쩌면 '스포트라이트' 제작진, '토드 헤인즈 감독'에서 감을 잡고 계셨던 분도 많겠지만, 뭔가 되게 극적이고 드라마틱할 것만 같은 포스터와는 달리 하나하나 찬찬히 이야기를 훑어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느낌이에요.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한 사람이 묵묵하게 20년 동안 견뎌내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흔들리고 때때로 버티면서도 크게 휘청이는 시기가 존재하지만 어떻게 견뎌내는 지에 관한 영화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일종의 내부고발자 영화 같기도 합니다. 내부고발자가 어떻게 흔들리고 위협받는지 그렇지만 어떻게 견뎌내는지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주변인들의 지지를 나타내는 부분이었겠지만 팀 로빈스의 일장 연설은 조금 뜬금없긴 했습니다만.)


영화의 흐름은, 어떻게 말하자면 이야기의 중심부로 어떻게 롭 빌롯이 끌려들어가나에 관련된 이야기일 수 도 있겠습니다. 영화 초반부 중심이 아니라 측면에 위치하다가 갈수록 화면의 중심으로 끌려오게 됩니다. 동시에 적막한 잿빛 화면의 조합도 인상적이었네요.


영화에서 위협은 실존하는지 아닌지 굉장히 애매모호하게 그려집니다.(끝까지 실제로 그랬다는 건 나오지 않죠) 영화의 흐름을 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이러한 얘기 대신 영화의 중심에 피해자들을 초대합니다. 실제 인물이든 혹은 영화 상에서 언급되는 사람이든 간에요.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묵직하게 전달함으로써 영화는 실화로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 셈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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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님의 리뷰
2020.03.17 08:22:21
<다크 워터스>, 책임의 주체를 샅샅이 파헤치다
1. 대기업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롭 빌럿(마크 러팔로)'은 할머니의 지인인 '윌버(빌 캠프)'의 예상치 못한 의뢰를 거절한다. 그러나 윌버의 농장에서 거대 화학기업인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에 들어있는 C-8에 의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소들을 본 롭은 큰 충격을 받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조사 끝에 프라이팬, 렌즈, 아기 매트 등 독성물질이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한 사실을 깨달은 그는 아내인 '사라(앤 해서웨이)'와 동료인 '톰(팀 로빈스)'을 비롯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듀폰과의 싸움을 이어나간다.

<스포트라이트>, <도가니>와 같은 사회고발 영화들은 확고한 목적을 지닌다. 이들은 관객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경각심을 일깨우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이러한 사회고발 영화의 목적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사건의 실상을 묘사하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영화의 완성도가 미흡해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마크 러팔로가 주연을 맡고,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한 <다크 워터스>도 다르지 않다. 과거 테플론에 사용되었던 C-8이라는 유독성 화학물질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실화의 무게감을 온전히 전달하는 대가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일정 부분 잃어버렸다.

2. <다크 워터스>는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서 기형아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을 기업이 제도적으로 은폐했던 충격적인 진실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수십 년의 시간의 흐름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듀폰'이라는 기업이 어떻게 진실을 감추어왔는지를 상세히 묘사한다. 특히 이사회 회의와 증인 심문 장면은 이익에 눈이 멀었던 회장과 듀폰에서 근무했던 엔지니어들의 비윤리적인 판단과 공감능력의 부족, 그리고 무책임함을 부각한다.

영화는 누구한테 분노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일러준다.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영화들은 흔히 가해를 가한 기업 혹은 개인을 악역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듀폰만을 악역으로 몰지 않는다. 듀폰의 악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사회 제도를 함께 도마 위에 올린다. 사람들이 공공을 위해 작동한다고 신뢰했던 사회 제도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듀폰과 롭이 법정 공방을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롭과 변호사들은 웨스트 버지니아 주 정부가 제도적으로는 흠결이 없는, 그러나 듀폰 주주들이 참여해 중립성이 훼손된 회의를 통해 수돗물의 C-8 함유량을 정했음을 밝혀낸다. 영화는 엔딩 크레디트 자막에서도 아직 규제가 가해지지 않은 수많은 화학물질이 실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3. 동시에 <다크 워터스>는 기업들이 시스템을 악용하고, 정부가 이를 묵인하는 구조와 관행이 개개인의 무관심과 동조로 인해 가능했다고 일갈한다. 작중 일반 시민들은 테플론의 독성을 경고하는 롭과 피해자들을 비난한다. C-8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역학조사 중에도 많은 이들은 듀폰이 잘못된 일을 할리가 없다며 그들을 힐난한다. 사회의 안정을 무너뜨리며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영화는 윌버를 비롯한 다른 피해자들과 롭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공격적이고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듭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잘못을 방조하는지 이야기한다.

이에 롭은 울부짖는다. 우리는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시스템은 조작되어 있었고, 그들은 제도가 시민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전부 거짓말이라고. 그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듀폰에 맞서 투쟁을 이어나갔고, 그 결과 현재 C-8의 사용은 금지되었다. 영화는 롭의 절규를 통해 무비판적으로 사회를 신뢰하는 이들에게도 피해자를 만든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이 피해자임을 밝혀서 조금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 모든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롭은 물론 그들 모두가 다 영웅이라고 말한다. <다크 워터스>는 엔딩 크레디트가 나오기 전 영화에 출연한 사건의 실제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짚어주면서 마지막까지 세상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일깨운다.

4. 기업, 사회, 시민들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상적인 메시지와 별개로 <다크 워터스>의 극적 완성도는 끝내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전문적인 내용을 꾹꾹 눌러 담아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정보를 뱉어내듯 전하는 장면들이 있고, 이는 작품의 접근성을 감소시킨다. 그나마 이 작품은 영리한 몽타주와 편집을 통해 PFOA와 C-8이 무엇인지 배워나가는 롭과 관객들의 처지를 같게 만들면서 무거운 실화가 영화 전개를 따라가는 재미를 억누르는 최악의 상황만은 비켜나간다.

또한 롭을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이 철저히 도구적으로 사용된다는 문제가 있다. 사건의 전말부터 일정 단계의 마무리까지 하나도 빼지 않고 옮기기 위해 애쓰는 영화는 사건의 굵직한 반환점이 있는 연도들을 하나씩 짚어나간다. 이처럼 긴 시간을 2시간의 러닝타임에 쑤셔 넣다 보니 필연적으로 등장인물들의 드라마가 빈약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사라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롭의 상황에 맞춰 철저히 수동적인 역할로 등장한다. 격하게 싸우다가 다음 시퀀스에서는 갑자기 서로를 엄청나게 걱정하는 등 그녀의 감정선은 그저 작중 사건에 따라 요동칠 뿐이다. 이는 영화가 충격적인 실화 내용을 영화 안에 고스란히 옮기기 위해 욕심을 부린 것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다크 워터스>를 보고 나면 마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A(Acceptable, 무난함)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사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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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익 님의 리뷰
2020.03.16 18:23:31
사회고발 영화가 다해야 할 본분
간혹 영화는 잊혀가는 사건, 혹은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덜 알려진 사건을 대중에게 알리는,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곤 하고 이러한 사회고발적인 영화들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긴 한다.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믿기지 않는 사건들을 추적하는, 영화로서의 재미도 있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점이 관객들에게 어떤 소름 돋는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다크 워터스>도 이러한 성격을 가진 영화다. 듀폰 사의 유해 물질 무단 유출을 다룬 이 영화는 이 사건의 실체와 이를 쫓는 사람들의 무게를 잘 짚어내며 이런 영화가 해야 할 본분을 아주 잘 다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앞서 서술했듯 영화는 듀폰 사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을 그 독성 여부를 알면서도 유출한 사건을 쫓는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롭이 사건을 맡게 되는 과정부터 기나긴 재판 기간을 그리는 이 영화는 일반인에게 어렵고 친숙하지 않은 개념의 사건을 알기 쉽게 요약하고(자문을 받는 데 있어 "타이어를 삼키는 것과 같은데" 등) 그 심각성 역시 직관적으로 표현해내며 사건을 진행한다. 그 재판 과정을 다룸에 있어 언더독의 위치에서 강자를 향해 뛰어드는 주인공을 그리면서, 그리고 그 구도에서 성과를 거둬내면서 생기는 장르적인 쾌감을 놓치지도 않는다.


영화는 사건에 집중해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 균형감각을 선택한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영화는 사건의 심각성보다 기나긴 사건이 인물들에게 전달하는 피로감과 무게감을 전달한다. 실제 사건이 긴 기간 동안 진행됐기 때문임이 크고 이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을 다루는 데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라 배제하기도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 짐작하지만, 2시간가량의 영화의 흐름으로 봤을 때 치고 나가는 영화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많이 깎아먹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이는 인물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정보고 사건 자체가 아닌, 인물들이 겪는 피로감과 무게감을 전달하면서 현실을 다루는 영화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데는 성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캐롤>을 비롯한 전작들을 봤을 때 토드 헤인즈 감독은 연출자로서의 욕심이 큰 감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되면서 그 욕심은 접어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표현보다 이 사건이 현실에서 갖는 무게감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인물들의 무게를 그저 바라보는 데 그친 이 영화는 영화적인 성취는 매우 뛰어나지 않을지 몰라도 이 사건을 전달하는, 사회고발 영화로서의 본분은 아주 충실히 다해주고 있다.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 최고는 아닐지라도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사실을 전달한 영화로 남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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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군 님의 리뷰
2020.03.16 14:55:21
마치 거짓말같은 이야기.
대기업을 담당하는 변호사인 '롭 빌럿(마크 러팔로)'이 우연한 계기로 세계 최대의 화학 기업인 '듀폰'이 저지른 '독성 폐기물질(PFOA - 불소수지)' 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이야기.



영화 다크 워터스는 1998년, 변호사 롭 빌럿에게 웨스트 버지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어머니의 집 이웃에 사는 농부인, '윌버 테넌트(빌 캠프)'가 느닷없이 롭의 사무실로 쳐들어와 자신이 찍은 비디오를 봐달라며 부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로 거대 기업의 변호를 맡는 법무팀에 소속된 롭 빌럿은 윌버를 문전박대하지만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웨스트 버지니아 사람이라 아무 생각 없이 어머니도 볼 겸 윌버의 농장을 찾는다. 그곳에서 롭 빌럿이 목격한 진실은 거짓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일이었다. 윌버의 소 19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마을 사람들은 고열과 메스꺼움을 달고 생활하고 있었다. 거기에 듀폰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죽음과 더불어 기형아들의 출산까지... 알고보니 웨스트 버지니아에 땅을 산 듀폰이 독성 폐기물질인 'PFOA(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 - perfluorooctanoic acid)' 를 지속적으로 땅에 묻어왔던 것.


모든 정황을 알아챈 롭 빌럿은 다행히 그를 믿어주는 법무팀장인 '톰 터프(팀 로빈스)' 덕분에 듀폰의 만행을 고발할 수 있게 됐지만 'PFOA에 대한 인간의 오염 가능성은 10억 분의 1 수준' 이라고 못박은 듀폰 때문에 사건은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그 사이 롭 빌럿은 웨스트 버지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69,000명이나 되는 시민들의 혈액 샘플을 '한 명당 400달러' 씩 주며 얻게되고, 7년 여의 연구 끝에 무려 3,535명의 지역 주민들이 PFOA에 중독되어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어내게 된다. 하지만 이미 다음 수를 생각해 놓은 듀폰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대기업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했던 말을 스스로 부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기로 했던 보상금 계획 역시 철회하게 된다. 그 사이 시간은 흘러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면서 서서히 지쳐가고 대기업이 부리는 횡포덕에 두려움에 미쳐가는 롭 빌럿은 2004년, 1,500만 달러의 벌금을 듀폰에게 물리는데 성공한다. 그 뒤, 2015년에는 PFOA 중독에 따른 총 6가지 중증질병(신장암, 고환암, 갑상선 질환, 자간전증, 고콜레스테롤, 궤양성 대장염) 이 인정되어 피해자 인원 수인, 3,535건의 소송을 시작하게 된다. 2017년까지 총 6억 5천만 달러(우리나라 돈으로 8천억원)의 보상금을 받아내고, 지금까지도 소송은 계속 진행중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듀폰이 만들어낸 화학 제품은 원래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에 쓰이던 코팅물질이라고 한다. C8(탄소 8개가 체인처럼 엮여있어, 분해되지 않는 물질이라는 뜻)은 '테프론'에 들어있는 화학물질로, 듀폰이 '늘러붙지 않는 프라이팬'에 접목시켜 천문학적인 수익을 남기며 전 세계로 뻗어나가 버렸다. 테프론은 프라이팬 말고도 종이컵, 1회용 음식용기 코팅제, 콘택트렌즈, 건축마감제, 옷 등에 널리 쓰여지고 있다. 알게모르게 지구에서 살고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테프론에 이미 중독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 그렇게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멸하기 딱 좋은 멍청한 종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전부터 늘 생각해 왔던 거지만 우리의 욕심으로 인해 자연을 파괴하고, 편의라는 목적으로 독성이 강한 물질을 무한정 연구-사용해 가면서 생태계 자체를 스스로 교란시키는 바보같은 짓거리를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구에 들러붙어 살고있는 기생충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 아닐까. 우리는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민폐인 생물들이다.





영화 다크 워터스는 '돈' 이라는 탐욕에 물든 한 기업이 테프론을 개발하여 인간을 편히 생활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물건의 폐기물로, 인간을 사정없이 죽이는 전례없는 코미디를 아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독성이 전혀 없는 물건이나 제품을 단 한 개도 찾기 힘들 정도로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 나아질 생각을 갖고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아예 없애거나 좀 줄여야 하는데 지금 당장 죽지는 않으니, 아무 생각 없이 만들고 사용한다는 데에 있다. 이미 임계점을 넘어버린 지구의 한계는 서서히 끝이 보일 지경이고 그에 따른 인류의 절멸은 예정된 시나리오 대로 흐르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대기업의 만행과 우리의 '편의' 덕분에 아무런 의심없이 화학가공품을 쓰고 먹고 하는 모습이 끊임없이 오버랩되는 영화였다. 듀폰과 롭 빌럿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는 중이고 영화의 주연을 맡은 마크 러팔로는 환경주의자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2016년 사건의 실제 주인공인 롭 빌럿의 기사 한 줄을 보고 바로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는 후문이 있다(다크 워터스는 마크 러팔로 스스로 영화 제작자로 나선 영화다).



마크 러팔로의 일정한 톤으로 보여준 진중한 연기는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헐크(브루스 배너)'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잘했다.

긴장감 넘치는 법적 공방이나 스피디한 전개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지만 다크 워터스가 실화를 담고 있다는 점과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의 위협에 사람들이 족족 죽어나가는 현재진행형 사건을 다룬 내용이라 전혀 루즈하지 않고 한숨만 푹푹 내쉬게 되는 영화다. 게다가 영화를 보기 전엔 등장하는지도 몰랐던 '앤 해서웨이' 가 롭 빌럿의 아내인 '사라' 역을 맡았었는데 영화 내내 그녀의 빛나는 미모를 의도적으로 가린 연출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영화의 분위기를 깨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영화 내내 웨스트 버지니아에 살고 있던 실제 주인공들(PFOA의 피해자)도 많이 등장한다. 듀폰에서 근무하던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테프론의 영향을 받아 기형인 채로 태어난 버키 베일리와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부부 등.

탐욕에 눈이 멀어 지구의 모든 자원을 (지금도)쥐어 짜서 쓰는 우리 인류의 끝은, 아마도 절대로 편하게 가진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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